런던 - 버클리 스퀘어, 트러플 버거, 웨스트엔드 오페라의 유령, 개트윅 공항 노숙 (20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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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드로에 도착하고 서두르는 바람에 도착한 직후의 주변 광경이 1도  생각나지 않는다.
다만 한국을 포함한 몇몇 나라들에 한해 패스트트랙이 있어 빨리 나갔다는 점만 기억에 남는다.
 
재빨리 엘리자베스선 열차를 타서 Farringdon역으로 갔다.

Elizabeth line은 신설된 노선이라 깔끔하다. 그리고 비싸다.. 
 

힌두어!?

전철에 앉아있으니 여유가 돌아오며 주변을 돌아볼 수 있게 되었고 그러던 와중 밖을 보니
 Southall이란 역에 잠시 정차해 있었다. 그런데 역명을 영어와 힌두어를 같이 표기하고 있는게 아닌가!?
히드로 - 런던 사이에 아마 수많은 거주지역이 있을텐데 이곳은 인도, 파키스탄계 이민자들 비율이 높은 곳인가 보다 했다.
지금 찾아보니 Southall이란 지역이 Little India로 불리는 곳이라고 한다.
 
당시엔 내심 그 콧대 높은, 브렉시트를 감행한 영국에서 이런 모습을 볼 줄은 몰랐었는데..하며 강한 임팩트를 받았다.
그래도 이민자들을 위해 특별히 배려를 하는 모습에 영국이 많이 달라졌음을 느꼈다.
자신들이 수백년간 차별하며 식민지배를 했던 나라에 대해 저렇게 양보할 정도면
과연 영국의 힘이 많이 약해진 것인지, 인도의 힘이 세진 것인지,
아님 순전히 건전한 시민의식에 기반해 이뤄진 합의인건지?
여러가지 의견이 존재하겠지만 각각이 모여 저 현상(?)을 이루어냈을 것이다.
 
파키스탄계 런던 시장이 당선되고
리시 수낵이라는 인도계가 PM으로 선출되고
존경받던 여왕의 이름을 딴 신규 전철 경로가 리틀 인디아를 거쳐가게 설계한 것을 보면
오랜 시간 억눌린 식민지 출신 이민자 사회가 음지에서 나와 주류로 편입되었으며
영국이라는 국가가 그들에게 상당 부분 의존하고 필요로 한다는 것을 느꼈다.
 
 

Farringdon역 도착

 

런던 긍덕기

한국에서 하도 KFC를 가다보니 외국에서 KFC를 보면 왠만한 한식당보다 반가울 정도.
 
다음 날 오전 8시 코펜하겐 비행기라 따로 숙소를 예약하진 않고
자정쯤 개트윅으로 가서 노숙을 할 예정이었으므로 밤 11시까지 짐을 맡길 곳이 필요했다.
난 패링던역 근처에서 luggage hero 제휴 매장에 짐을 맡겼는데
대부분 제휴매장이 밤 10시면 마감하므로 24시간 서비스를 하는데를 잘 찾아야 한다.
 

 
런던에 거주중인 친구와 러셀 스퀘어에서 만나 속칭 걸어요를 했다. (그냥 우리 사이에서 무작정 걷는 행위를 뜻함)
6개월 전에 느낀 것처럼 왠만한 동양친구들은 중국 유학생이다.
 
 



대영박물관도 지나가고
 
이따 저녁에 들릴 식당이 위치한 소호 주변도 지나갔다.

도대체 왜 이런 식물이?

런던에서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저 종려나무도 그 중 하나였다.
 
 

세상 힙한 위워크

 
 

더크라운 시즌 6 언제나와

6개월 전에 런던을 들르고나서 
한동안 영드를 찾아봤었는데 더크라운 시즌1부터 5까지 보며
본의 아니게 20세기 영국 왕실 스토리를 꿰차게 되었다.
 

피카딜리 근처

 

버버리 본점 재질?

 
 

리츠 호텔 근처였던걸로 기억

 
 

시장님 갤러리

 
 

원래 비행기 지연만 아니었어도 
여유롭게 점심에 비프웰링턴을 먹은 뒤 소더비 경매장 물품을 둘러보려 했는데
도착해보니 마감 10분 전이라 입장할 수 없다고 했다. ㅜㅜ
 

절반으로 잘린 옛 건물

런던에서는 이런 오래된 목조식 건물이 흔하지 않은데
요크 등 지방 도시에만 가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고 한다.
 
 
이번 여행을 오기 전 마이클 부블레가 부른 재즈 스탠더드 곡
A nightingale sang in Berkely Square이란 노래에 꽃혀서 종종 들었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x7NplprFAlo&ab_channel=MichaelBubl%C3%A9 

 
 
처음에 버클리 스퀘어라길래 당연히 UC Berkely 근처에 있는 공원이겠거니 싶어서
구글 맵스로 캘리포니아 버클리 지역을 찾아봤는데 아무리봐도 나오지 않았다..
검색을 해보니 런던 리젠트 스트리트 서쪽에 위치한 공원이었고 
대충 지역으로만 보면 부촌에 속하는 엄청난 곳이었다.
도산공원 이랑 비슷한 포지션?
 
한편으로는 재즈 스탠더드 곡에 런던 지명이 들어간게 의아하기도 했다.
힌 때 런던이 재즈가 성행했던 곳이었나 하며.
그러고보면 Foggy day도 런던 배경이고
프레드 아스테어 주연의 영화 Top hat도 런던이 무대다.
 

주변에 위치한 매장들이 이곳의 생활 수준을 말해준다.
 
 

?

소호에 이어 버클리 스퀘어에도 어처구니 없는 조형물이 있다.
 
 
 

Berkely Square

3월이라 나뭇잎 없이 앙상하기만 하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얘네는 가지치기 없이 나무를 내비려두는 것 같다. 그래서 나뭇가지 틈 사이가 빽빽한데 사진으로 찍으면 징그럽다.
그래 이게 자연의 진짜 모습이지.
 
어느순간부터 난 정제되고 잘 포장된걸 진짜 모습인냥 받아들이는 바쁜 도시인이 되었버렸다.
하지만 글램핑을 진짜 캠핑으로 착각하면 안되듯이 과연 난 대상의 본질을 얼마나 깊게 파악하고 있을까 자문해보았다.
 
 
 

third church of christ scientist

2019년 이후 또 보게 된 과학자 그리스도의 세번째 교회(?).
first, second은 어딨는데?
그 때는 어디 위치한지도 몰랐는데 지금은 런던 시내에 대한 지리적 정보가 나름 뇌 속에 정리되어 있기 때문에
이번에 여길 봤을 때  '아~ 이게 여기였어~?' 했다.
 
처음에 교회 이름이 꽤 특이해서 무슨 사이언톨로지와 비슷한 종류겠거니 싶었다.
그래서 궁금해서 찾아보니 19세기 미국 중부에서 살 것 같은 이미지의 여성이 처음 시작한 교단이라고 한다.
기적으로 사람을 치유하는걸 믿는 것이 특징인 분파?
대규모 농사를 짓는 따분한 미국 중부에서 딱히 즐길 거리는 없고
매일매일 반복되는 집안 일에서 해방되기 위해 읽은 성경에서 스스로만의 판타지를 펼치다가
점차 그 상상을 실제로 믿게되는 수준으로 발전하게 된 것은 아닌지.
제한된 정보속에서 한 가지 생각에만 매몰되면 그대로 믿게되는 것처럼.
 
이런 내용을 알고나서 더 신기했던 것은, 미국 촌스런 시골에서 시작한 신앙이
런던의 비싼 땅에 멋드러진 건물까지 올려가며 정착을 했다는 사실이었다.
 
인류의 역사를 함께한 종교들을 차치하더라도
나름 최근에 탄생한 여러 신앙들만 놓고봐도 이들의 성장세와 자본 축적의 속도는 엄청나다.
인간이라는 개체가 가지는 어떤 믿음, 신뢰, 상상이 조직을 이루었을 때 보여주는 힘이 아닐까?
 

서머싯 몸 소설에 하프문 스트리트가 지명으로 나왔어서 반가웠다.
 

런던 골목

 

white horse

유콘 whitehorse 가보고 싶은데
 

3월 / 10월

그린파크 비교샷
런던은 10월에 오자.. ㅋㅋ
 
푸르르고 울창한 나무들 속에 저렇게 거친 단면이 있었을 줄 알았겠는가.
 

 
그린파크를 관통하면 바로 버킹엄 궁전이 나온다.
 

엄청난 크기의 오리들


오리들이 앉아있을 때는 몰랐는데 
걷기위해 일어서니 키가 갑자기 확 커져서 놀람 ㅎㅎ
 
 

엘리자베스2세의 어머니 / 왕들 중 하나의 싸인

런던 전봇대를 보면 어느 왕의 재임시절에 세워졌는지를 나타내는 왕들만의 이니셜이 잇다.
오른쪽 사진 하수구를 보면 다윗의 별 모양으로 되어있는데
너나할거 없이 유대인 음모론이 제기되었다 ㅋㅋㅋ
우리 사이에서 이렇게 밈으로 전락해버린 유대인, 프리메이슨 당사자들은 무슨 기분일까.
 
 

특수 번호판

 

소더비에 이어 크리스티도 다음 기회에~
 
 
 

축축한 런던만의 감성

 
 

키프로스 대사관을 지나갔는데
엄청 크고 비싼 루이스폴센의 아티초크 조명이 뙇 달려있었다.
 
 

크 이게 런던

하루종일 흐린 날씨에 회색빛의 런던이 참 우울했었는데
해가 지기 시작하며 하나 둘 점등되는 가로등과 그 빛을 반사하고 있는 지면,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빅벤을 보니 우중충한 런던만의 매력을 알게되었다.
 

트라팔가르 광장

 
 

어김없이 인기가 많던 분식집

 

작년에도 지나갔던 The Spice of Life. 아직도 뭐하는덴지 모름

 
식당 예약시간이 다 되어서 서둘러 소호로 되돌아갔다.
상호명은 Truffle Burger였는데 찾아보니 생각보다 한국인들 포스팅이 꽤 있길래
인기가 많은 줄 알고 서둘러 예약을 했었다.
근데 가보니 왠걸? 자리 여유가 좀 있었다.
 

공덕-애오개 사이에 위치한 클래식버거처럼 실내는 협소한 편이다.
 
트러플 버거랑 무슨 감자튀김을 시켰는데

아니 감자튀김이 뭐 이리 맛있냐며.. ㅋㅋㅋㅋㅋ
진짜 처음 먹어보는 맛인데 중독성이 강했고 오히려 트러플 버거는 평범했다.
다음에 꼭 이 감튀를 먹기위해 재방문할 의사 200%
 
 
이제 오페라의 유령을 보기위해 Her Majesty Theatre로 향했다.
 

지나가면서 본 레미제라블

 
이제 뉴욕 브로드웨이에서는 오페라의 유령 공연을 더 이상 안한다고 해서 역사속으로 사라졌지만
대신 웨스트엔드에서는 아직 건재하다.

 

실내 장식

 

기념품

좀 더 나은 상품을 팔 수도 있었을 텐데 아쉬웠다.
이게 최선입니까!?
 

공연장 안

 

저기 2층 박스석을 살까말까 고민하는 찰나에 좌석이 나가서 놓쳐버렸다 ㅜㅜ
 
 
몇가지 유명한 넘버들을 듣고 졸고 하다보니

공연이 끝나있었다.
All I ask of you, Think of me, Phantom of the opera, The point of no return, Masquerade
 
친구때문에 아직도 point of no return 하면 네아폴리탄 6화음이 자동완성된다ㅋㅋ
여기서 처음으로 일본인 관광객을 봤다.

오페라의 유령 배경이 파리 오페라 가르니에를 무대로 하는 만큼
샹들리에를 최대한 비슷하게 꾸민게 인상적이었다.
 
뮤지컬은 진짜 가끔 보는편인데
오랜만에 배우들의 활력과 에너지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고
음악도 실제 오케스트라가 무대 밑에서 연주했는데 대단했다.

다시 왔을 때 그 자리에 계속 있어줄거니?
 
 
뮤지컬을 보고나니 밤 10시가 넘었다.
 

버거킹 내에 유독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로만 가득 차있어서 찍음
 
 

백조

 

사보이 호텔

구찌 창업주가 부자들의 생활을 들여다보기 위해 직원으로 일했다던 사보이 호텔.
여기서 파는 비프 웰링턴이 비싸지만 런던에서 젤 맛있다고 한다.
언젠가 먹어볼 기회가 있으려나~
 
 

LSE

짐을 다시 찾으러 패링던 역으로 돌아가는 도중 런던정경대를 통과하게 되었다.
반지하 형식의 열람실을 1층에서 들여다 볼 수 있었는데 죄다 중국인 뿐들이었다.
이들을 보니 중국의 미래가 밝아보인다(?)
 
근데 캠퍼스를 대충 훑어보는데도 학교 좋은게 너무 잘 느껴져서 많이 부러웠다.
 
개트윅 행 템즈링크를 타기 위해 세인트 판크라스역으로 향했다.
역에 가까워지면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거의 비에 젖은 생쥐 꼴이 되어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세계에서 아름다운 기차역 몇 위쯤 할까

 
판크라스역은 꽤 넓은데 지하철, 기차, 다른 종류의 기차 등등 여러 플랫폼들이 들어서있다.
템즈링크를 타기위해서는 기다란 내부 상가를 지나가야 하는데
가는 길목에 행인들을 위한 낡은 업라이트 피아노가 있어서 그걸 못참고 피아노를 쳤다.
시간이 밤 11시를 넘었으므로 주변엔 사람도 거의 없고 내부를 청소중인 직원과 중동에서 왔을 법한 이민자들이 있었다.
 
내가 칠 줄 아는 곡이라곤 쇼팽 녹턴 9-2밖에 없기에 무작정 연주했는데
주변에 배회하던 중동친구들이 삼삼오오 모여들더니 급기야 촬영까지 해갔다.
부디 지우지말고 오래도록 간직하길 바래 친구들~
 
개트윅까지는 한 시간 가량 걸려으므로 도착했을 땐 이미 자정을 훌쩍 넘겨있었다.
 

휑~

 
체크인을 한 상태였기에 탑승게이트 쪽으로 가서 노숙을 하고싶었으나 공항 검색대가 문을 닫아 들어갈 수 없는 상황!
그래서 검색대 입구 쪽에 마련된 의자에서 대충 자보려고 노력했다.

주변에 노숙을 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는데 사진으로 봐도 다들 괴롭거나 피곤해 보인다.
저들 눈에 비친 내 모습도 저랬을텐데
 
3월의 런던은 꽤 춥다.
그래서 최대한 꽁꽁 싸맨 채 다리에 피가 통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했는데
이게 잠이 오려는 찰나에 자세가 불편해져서 잠에서 깨게 된다.
형벌도 이런 형벌이 있을 수가 없는데 시시포스의 심정이 이랬을까.
 
다행히(?) 새벽 네 시쯤 검색대가 오픈하면서 탑승동으로 넘어갈 수 있었고
팔걸이 없는 의자를 겨우 찾아 1자로 누울 수 있었는데 눕자마자 폭풍 수면..
 

그래도 자리가 자리인지라 3시간도 못잤다.
 
이 나이먹고 노숙을 하고 있는게 슬퍼지면서도
언제 또 해보겠냐는 마인드로 이겨내었다.
왜 휴가를 가면서도 이 고생을 하고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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