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 Now, 1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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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없이 수 십대의 헬기를 동원하고

실제 폭탄을 사용하면서 까지 영화를 찍은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

그래서 2시간 반이 넘는 시간동안

지옥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군 복무 시절이 떠오르면서

전쟁을 통해 망가져버린 여러 인물들이

십분 이해가 갔다.

위문 공연 장면에서

하염없이 슬퍼진 것도 같은 맥락에서였다.


정글에서는 집을,

집에서는 정글을 생각하는.

집으로 돌아가봤자 아무것도 없었음을 깨달은 윌러드 대위는

자진해서 베트남으로 돌아왔고

유능한 군인으로써 혁혁한 전과를 올렸지만 끝내 정신이 돌아버려

자국에 해를 끼치는 커츠 대령을 죽이라는 지시를 받는다.


윌러드 대위는 커츠 대령을 만나러 가는 도중 

수많은 이들을 만나게 된다.

이들의 행동은 하나같이 정상적인 범주에서 벗어나 있다.

적진 점령과 동시에 서핑을 즐기는 킬 고어 중령,

위문 공연 온 헬기가 떠날 때 그 밑에 주렁주렁 매달린 군인들.

지휘관을 잃은 채 목적없이 전선에 남은 병사들,

무고한 시민을 향해 필요이상의 화기를 난사하는 부대원들.

영화는 같은 전쟁이란 사건을 공유하는 개인들이 어떤 방식으로

현 상황을 받아들이는지 보여준다.

즐기거나 피하거나 체념하거나.


미군의 최전선 기지.

그곳엔 병사들이 방치된 채

희망도 없이 싸우고 있었다.

베트콩의 공격을 받아 반파된 다리의 모습은

지옥에 온 것을 환영한다는 악마의 얼굴과도 같았다.

다리를 보수해도 공격받아 금새 무너지는 것이 일상이 된 현실은

큰 성과없이 답보하고 있는 베트남 전쟁을 보여준다.


커츠 대령을 만나기 위해 상류로 갈수록

점점 미국적인 색채는 적어지고 

윌러드 대위는 자신이 죽여야만 하는 이에 대해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왜 가족들을 내팽긴 채

캄보디아까지 틀어박혀 

자신만의 왕국을 건설해야만 했는지. 


마침내 도달하게 된 목적지에는

모든 인종이 어울려있다.

전쟁에 환멸을 느낀 백인, 흑인과

적들의 침입을 두려워하는 원주민들이 모여

커츠 대령을 왕으로 떠받들고 있다.

주변에 사체가 널브러진 그곳도 이미 지옥이었지만

긴 여정동안, 영화 전반에 걸쳐 느껴졌던

광기는 전혀 없다.


커츠와의 대화를 통해

전쟁으로 인한 내면의 공포를 직시하게 된 윌러드 대위는

도착할 때 까지만 해도 잊지 않았던 임무를 깨끗이 포기하고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전쟁의 괴물이 되어버린 대령을 위해 그를 수 차례 칼로 내려친다.

그러고는 상부에 보고하지 않은 채 생존한 부대원과 묵묵히 복귀한다.


수미상관처럼

영화 처음과 끝에서 들리는

Doors의 The End.

'끝'에 대해 노래하고 있지만 그것이 언제 끝날지,

끝나면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아니면 시작이라도 한 것은 맞는지

아무것도 모른다.

모든 것을 검게 칠해버리겠다는 롤링 스톤즈의 마음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아마 때리고 부수는 장면에서

불편한 느낌을 받았던 영화는

이번이 처음이었던 것 같다.


군대에서 지겹게 외웠던

UH-1H와 500MD, F-5가 나와서 반가웠다.

40년 전 기체들을 지금도 쓰다니..


언젠가 한 번 더 봐야할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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