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여행기 1 (20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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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에 친구들이랑 가기로한 유럽여행을

네이버 인턴때문에 가지 못하게 되면서(이때 갔어야 했다..)

2019년 여름 이후로 3년 가까이 해외여행의 꿈을 접어야만 했다.

이를 보상받고자 코로나 기간동안 국내 여행은 물론

친구들과 만날 때마다 어디로 여행을 갈 것인지 바쁘게 의논했다.

계획을 세우는 것만으로도, 비행기표를 찾는 것만으로도 서로 좋아라했다.

 

 

이후 취업을 하고

생각보다 일이 바쁘게 돌아가며 휴가를 쓸 수 없는 상황에서

겨우겨우 4일간 쉴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이때다 싶어 비행기표 가격을 알아보니 너무 비쌌고

더군다나 아직 전세계적으로 코로나가 끝난게 아니었기에 더더욱 가지말아야 할 이유는 많았다!

 

 

하지만 훗날 이 연휴에 방에만 틀어박혀 시간을 보냈다고 회상하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고(what a waste!)

아직 젊고 여유있을 때 어디라도 한 번 더 갔다와야지 하는 생각에 가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부모님을 설득하고 직장분들에게는 비밀로 한채 어디로 갈지 찾아보았다.

 

 

아직 공급보다 수요가 많았기에 런던, 파리와 같이 뻔하지만 언제나 볼게많은 여행지들은 표가 없거나 상상 이상의 가격..

그래서 베를린, 빈, 스위스 등등이 후보로 올랐고

그 중에서는 한 번도 가보지 않았고 또한 제일 가고 싶었던 베를린으로 결정했다. 

다른데가 압도적으로 싸면 거기로 가려했으나 다들 비슷비슷해서..

(또한 항공사도 카타르 항공이라 한 번도 안가본 곳에 갈 기회가 생겼다.)

 

 

간만 보던 동기도 결국엔 같이가게 되어

모처럼 혼자 여행에서 탈출

 

 

그렇게 출발 당일 날 여의도 매드포갈릭에서 밤 9시까지 회식을 하며

그 순간까지 과연 내가 비행기를 타는것이 맞나 스스로 되뇌었다.

이후 집으로가 씻고 서둘러 짐을 싸서 10시에 나와 11시 반 정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몇개월 전에도 친구랑 공항에 놀러 온적이 있었는데

그때와 마찬가지로 한적했다.

언제쯤 정상화가 될까?? 북적이던 공항이 그립다.

 

 

나름 독일에 간다고 

독일 옷(보스)에 독일 소설, 독일 캐리어(리모와)를 챙겼다.

파트리크 쥐스킨트

 

아무튼!

이전에는 없던 절차인 예방접종증명서를 내고

항공사측에서 혹시 딴지를 걸까봐 걱정했지만 이변없이 티켓을 받은 뒤 수하물을 부쳤다.

그러고는 정말 오랜만에 출국 수속을 받고 짐 검사를 받은 뒤

한가한 공항 내부를 돌아다녔다.

카타르 항공이 새벽 마지막 비행기였기에

모노레일 타고 멀리 갈 필요없이 바로 근처 게이트에 위치해 있었다.

 

텅 비어버렸다. 근데 새벽시간대엔 다 이렇지뭐

 

짐 부칠 때 직원에게 승객 많은지 넌지시 물어보니
코로나임에도 탑승객은 10000원이라 했다.

경유편을 이용할 때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이 많은 사람들 중 나와 같은 목적지를 가진 사람이 몇이나 될지 궁금하다.

석유산업 종사자, 런던행, 파리행, 유럽 소도시, 아프리카 등등.

카타르로 부터 나뉘게 될 그들 하나하나의 이야깃거리를 들어보는 것만으로도 재밌을텐데.

 

 

항상 들뜨는 순간

 

 

늘 제주도만 왔다갔다 하다가

오랜만에 장거리 비행을 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그래서인지 기내식도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다이어트 펩시도 먹었다. (외국꺼는 펩시에 라임향이 안들어가서 좋았다)

다이어트 펩시의 아랍문자

 

앞에 앉은 외국아이가(한국-외국 혼혈인 것 같았다) 출발 전 부터 하도 시끄럽게 울어대서

가정교육의 중요성을 다시금 실감하는 한편

내 자녀가 저러면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생각에 잠겼다.

애초에 사람들 많은 공공장소에서 얌전하게 있을 수 있게 하려면,

아니 그것보다 바른 사람으로 커가게 하려면 어떻게 교육해야할까?

나부터 좋은 부모가 되어야 하겠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사람이어야 하고..

난 좋은 사람일까?.. :(

 

 

카타르까지 약 10시간 정도 비행시간이 소요되어

들고간 책 좀 읽다가 영화를 봤다.

라라랜드를 보고싶었는데 진짜 이거 빼고 다 있는 느낌...

그래서 같은 감독의 위플래시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감동을 받고

이내 비포 선셋을 보며 생각에 잠긴 뒤

마지막으로 소울을 보며 울기 직전까지 갔다.

나를 살아가게 하는 스파크는 무엇일까!

입사하고나서 생각이 부쩍 많아졌지만 해답을 찾지 못하는 중이다.

가슴뛰는 삶을 살고싶지만 직업도 일상도 기대에 못 미치는 중이다.

지금 내 자신을 돌아보면 수액에 의존한 채 삶을 연명해가는 환자같은 모습인데

주위 사람들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아보여 매우 슬프다.

환경에 변화가 필요한 것일까? (Yes!)

핑크플로이드 틀어주는 근본 항공사 / 볼때마다 미소가 나오는 롱테이크 대화씬

 

 

하마드 국제공항에 도착하고 2시간정도 여유가 있어서 실내를 둘러봤다.

기괴하게 생긴 전등에 낀 노란 곰인형도 보고

여러 면세점들도 돌아보고..

오랜만에 그리고 한꺼번에 많은 외국인들을 대면하니

당황했지만 이내 적응이 되었다.

지난 2년간 한국에서만 지내며 듣지 못했을 수많은 외국 이야기들.

여전히 우물 안 개구리임을 느낀다.

 

저 텍스쳐가 털실인줄 알았는데 가까이서 보니 플라스틱이었당

물리엔진 고장난 것 마냥 컴퓨터에서 그래픽오류로 곰인형과 전등이 겹친 모습?? 

 

싱가포르 창이공항에서 봤던 다인종의 세계를 여기서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바쁘게 돌아가는 공항과 서비스, 환승객들을 보며

인천국제공항의 위엄도 많이 저물었음을 느꼈다.

인천공항이 자국민이 이용하기에 가장 편리한 공항임은 틀림없지만

과연 해외 여행객들도 같은 생각을 할까?

이미 높아질 대로 높아진 그들의 눈높이를 지금 수준의 서비스와 규모로 만족시키기엔 어려워 보인다.

얼마전까지 세계 최고를 자랑하던 시설, 항공사들이 불과 몇 년만에 뒤바뀐 것을 보며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달려야하는 사회의 잔인한 단면이 보여 소름이 돋는 한 편

"그 쯤하면 충분해", "이 정도로 했으면 잘한거야" 등의 위로로 만족해버리는 어리석음을 범하면 안되겠다는

역설적인 감정이 교차했다.

세련된 내부와 큼지막한 조형물이 있어 심심하지 않았다.

 

공항 내부에 런던에서 봤던 헤롯 백화점의 물건들을 팔고 있어서 의아했는데

알고보니 카타르 국부펀드 소유라고.. 그래서 본의아니게 중동에서 영국감성을 만났다.

 

 

그리고 드디어 베를린행 비행기를 탔다.

보잉787은 벌써 운행한지 14년 가까이 되어가는데 이때 처음 타봤다..  

확실히 베를린 행은 동양인 수도 적었을 뿐 더러 한국인으로 보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또한 베를린 위치가 유럽에서도 상당히 동쪽이라 도하 -> 베를린 사이에 끼여있는 주요 도시는

비엔나, 부다페스트 정도??

비행지역 태반이 중동, 동유럽이었다.

비록 친숙한 지명을 볼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보이는 다뉴브 혹은 몰다우 강을 보며

부다페스트, 프라하, 빈, 브라티슬라바를 따라가는 재미가 있었다.

모래바람이 부는 사막 광경은 처음

 

굴라쉬 느낌의 소고기 스튜. 맛있었다.

 

그리웠던 유럽 풍경
드디어 도착

 

마침내 도착한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공항.

개항한지 1년도 안된 새 건물이었다.

공항에 빌리 브란트라는, 예전 독일 수상의 이름이 붙어서 신기했다.

생각보다 멀지않아 보이던 근시대 인물의 이름이 이제 이러한 시설에 붙는 시대가 됬구나하며..

샤를드골 공항이 처음 생겼을 때 당대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했을까.

얼마 지나면 역시 오바마 공항, 마크롱 터미널, 메르켈 컨벤션 센터 이런게 생기겠지?

 

 

출국 수속이 늦어져 불만이었지만

수하물은 그것보다 더 늦게 나와 결국 모두가 공평하게 불편하게되어

불만이 조금 줄어들었다.

 

 

숙소는 시내에서 멀지 않은 게스트하우스였고

거리 풍경은 파리에서 묵은 게하와 마찬가지로

주변엔 유럽이라기엔 무색한 오래된 현대식 건물들과 다양한 인종들이 모여있었다.

(사람들이 유럽가서 실망하는 그 분위기)

 

 

코로나 이후 해외를 처음 가는 것이었기에 

현지 사람들의 태도나 인식이 많이 바뀌어 조금은 냉담하거나 적대적일 줄 알았다.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3년동안 연락이 끊긴 지인을 만나는 느낌이라..

하지만 독일에 도착하고 입국사무소에 있던 앳된 POLIZEI 여직원이 반겨주고

호스텔 직원의 기계적이지만 친근한 안내를 받으니 걱정이 기우에 지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이후 브란덴부르크 문으로 가기위해 지하철을 탔다.

파리에서도 느낄 수 있었던 익숙한 지하철 냄새와

버튼을 눌러야만 열리는 문.

갑자기 빻히에 가고 싶어졌다.

 

베를린은 특이하게 (다른 도시는 어떤지 모르겠다)

역에 개찰구가 없고 이용객들 자율에 맡겨 승차권 표를 구입하게 하는 방식이다.

무임승차율이 얼마나 될 지는 모르겠지만

사회적으로 이런 합의를 이루어낸 이들의 높은 시민의식이 놀라웠다.

수 십년 간 이러한 방식으로 운행해 오고 있다는 것이

지금까지도 많은 이용객들이 이를 준수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 아닐까?

나 역시 처음에는 불시검문이 무서워 표를 샀지만

이내 반성을 하게 되었다.

 

 

 

브란덴부르크Tor 역 출구로 나오니

티비나 사진으로만 보던 그 광경이 펼쳐져 있었고

어느 유명 여행지를 가면 늘 느끼듯 실감이 안났다. 

그렇게 1분정도 멍해져 있으면 이내 내가 유럽에 와있음을 자각한다.

이렇게 생각보다 빨리 올해 계획 중 하나를 성취!(유럽여행)

 

 

여기는 광화문 광장같은 느낌이라 주변에 주요 건물들이 위치해 있다.

미국 대사관, 프랑스, 영국 대사관, 최고급 호텔.

그 중에서도 dz뱅크 내부에 들어가 프랭크 게리의 건축 디자인을 보고싶었는데

은행이 닫은 시간이라 들여보내주지 않았다. (건장한 백발 중년의 양복입은 경비원이 막아서 겁먹었다..)

 

 

아쉬움을 뒤로한채 브란덴부르크 문을 통과하여

근처에 있는 국회의사당으로 가 앞에있는 광장에 누워 모처럼의 자유를 만끽.

바로 전날까지 답답하고 사람으로 넘쳐나는 여의도에 있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한적하고 여유로운 광경이었다.

이러한 환경이 가까운 주변에 펼쳐져 있다는 것이

개개인의 시민 의식과 삶을 대하는 태도에 지대한 영향을 주어

성숙한 사회를 이루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여행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것이라 내가 놓치는 부분도 분명 많을테지만

여의도 공원이나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받은 느낌과는 사뭇 달랐다.

직업, 소득 역시 삶에서 매우 결정적인 부분이지만

그것 못지않게, 어쩌면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을 간과하며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 물어보았다.

 

돔을 얹어놨다.
모-던
협찬 : 유니클로, 컨버스
합반홉 근처의 흔한 풀밭

 

쓰레기마저 예쁘게 버려져 있다.

이후 주변에 펼쳐진 모던한 디자인의 정부청사들을 돌아다녔다.

그러고는 Tiergarten에 좀 있다가

한 때 국민연금이 소유했었던 소니센터로 가 맥주와 슈바인학센, 커리부어스트를 먹었다.

독일갔다온 친구들이 연신 칭찬해 마지않던 학센은 한국 족발보다는 아쉬웠으며

카레가루가 뿌려진 소세지 역시 부대찌게에 미치지 못하는 맛이었다.

베를린식은 좀 달라서 그런가?

여행갔다온 뒤 친구에게 하소연하니

뮌헨의 학센이 진짜 맛있다고 한다! ㅋㅋ 다음 기회에 검증을 하는걸로..

현재진행중인 슬픈 현실

mall of berlin에서 유심칩을 샀는데 등록을 하려면 독일 우체국가서 화상통화를 해야한다고 직원이 알려줬다.

7유로 남짓을 날려버린..!

베를린만의 특이한 신호등 그림. 아펠만?
소니센터 식당. 여기가 무료와이파이 맛집!

 

베를린도 서울보다 위도가 높아 밤 8시가 되었는데도 여전히 밝다.

 

 

베를린 필하모닉 공연이 20시에 있어서

소니센터에서 7시 50분쯤 일어났다.

베를린필 음악당은 바로 코앞에 위치해 있어서 

늦을까봐 서두르는 베를리너들과 함께 무단횡단을 하여 서둘러 공연장으로 들어갔다.

유튜브로 수차례 봐오던 공연장은 생각보다 아담했다.

그래도 이곳에 기라성같은 지휘자, 연주자들이 거쳐갔다는 것을 생각하니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감회가 새로웠다.

지각생들과 함께
객석이 상당히 날카롭고 입체적?이다
두번째로 비싼자리였다.

(정확히 한 주 뒤에 사이먼 래틀이 오는데 정말 아쉬웠다..)

5월 5일 프로그램에서 가장 기다렸던 것이 

바로 슈베르트 8번 교향곡(also known as 미완성 교향곡).

작년 10월, 11월 경에 한창 슈베르트 음악만 주구장창 들었는데

그 중 하나가 미완성 교향곡이었따.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미완성 1악장이 베토벤 7번 2악장같은 느낌이 난다. 장엄한 세기말 느낌?

스트리밍으로 들을 때는 몰랐는데

이렇게 직접 공연 실황을 보며 관악기, 특히 오보에가 상당한 역할을 맡음을 알게 되었다.

엄청난 기교는 아니지만 혼자서 긴 호흡, 멜로디를 이끌어간다.

그래서인지 연주가 끝나고 베를린필 측에서 객원 지휘자에게 꽃다발을 줬는데

지휘자는 오보에 연주자가 있는 곳(오케스트라 중앙부?)으로 직접 걸어가 자기가 받은 꽃다발을 건네주었다.

중년의 나이로 보이는 오보에 주자는 매우 기뻐하면서 동료들의 축하를 받았다.

난 이 연주자분이 이끌어가는 미완성 2악장을 들으며 모처럼 감동을 받을 수 있었다.

 

 

오케스트라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바이올린.

그 중 두명은 엘프처럼 예뻤고

동양인도 네 명정도 있었는데 

이렇게 세계최고의 오케스트라에 들어오기 위해 노력했을 그들이 존경스러웠다.

(친구 말로는 호흡이 많이 필요한 금관악기의 경우 동양인이 신체적(폐활량)으로 불리하여
이런 유명 오케스트라에서 아시아인이 금관을 맡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오각형 트레이드마크

 

공연이 끝나고 보니 10시였고 밖도 어두워져있었다.

그래서 다시 브란덴부르크 문으로 간 뒤

박물관섬(Museumsinsel)을 지나 방송타워가 있는데에서 지하철을 타고 숙소로 돌아갔다.

이미 베를린필 공연을 볼 때 몇번 졸 정도로 피곤했기에

게하 룸메들에게 인사를 하기도 무섭게 침대에 누워 잠에 곯아떨어졌다.

 

다음 날 오전 7시에  PCR을 받아야 했으므로 얼마나 잘 수 있을지 걱정되었지만

시차적응없이 바로 잘 수 있어서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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