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혼자여행 5 - 런던 (킹스 크로스, 내셔널 갤러리, 트라팔가르 광장, 배터시 공원, BBC Proms - 사이먼 래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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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한국인들에게 조식으로 유명한 잉글리시 브렉페스트를 먹기위해 아침부터 자전거를 탔다.

가는 길목에 UCL이 있었는데 좋아보였다. 뉴욕대 마냥 대학 시설이 시내 곳곳에 위치하는 듯??

방학이라 그런지 매우 한적했다.

 

출근 중인 런더너들 따라가기

가게는 지하에 위치해 있었음에도 나름 유명한데였는지 사람이 제법 있었다. 

생각 이상으로 친절한 종업원에 작은 감동을 받고 기다리자 주문했던 음식이 나왔다.

 

그냥저냥

그렇게 막 맛있진 않았지만 맛없지도 않은, 흔한 브런치 느낌이었다.

특히 저 검정색 동그랑땡 모양의 블랙 소세지는 맛이 순대와 거의 비슷했다. 

그렇게 모처럼 제대로된 아침을 먹고 커피를 마시니 기운이 났다. 

 

블룸스베리 커피 하우스..

 

음식점을 떠난 뒤 자전거를 타고 다시 북상했다.

런던 북쪽(내 기준 상)에 기차역과 볼거리가 있었기에 빨리 둘러보기로 했다.

 

어느정도 목적지에 도착한 것 같아 자전거를 반납하고

이름이 입에 잘 붙지 않는 Pancras역으로 들어간 것 같다.

또 췌장을 뜻하는 pancreas와 어감이 비슷해서 꺼림칙하기도 했다.

 

전광판에 나오는 파리..

 

기차역 내부 전광판에 파리로 가는 기차 시각이 딱 나와있자 그 순간 파리에 너무 가고싶었다.

실은 여행 출발 전 아예 통째로 파리에만 2주를 가려고 했었다가 지금 일정으로 수정을 한건데 순간 이 결정이 매우 후회됬다.

그렇지만 이미 런던이고, 파리에 가려면 아직 많은 일정이 남아있기에 당장 파리에 가고싶은 마음을 억눌렀다.

 

판크라스 역은 그냥 길을 지나가기 위한 통로였기에 파리 전광판을 뒤로하고 바로 빠져나왔다.

그리고 향한 곳은 구글UK 본사였다.

 

알록달록한 내부.. 자유로운 분위기

 

구글..

 

솔직히 런던 여행객으로써 여길 찾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여기도 나름 오피스 건물이 즐비한 곳이라 관광지로서의 매력은 딱히 없음.

하지만 명색이 컴퓨터공학 전공자이기에, 이 먼 곳 까지 온 이상 둘러보기로 했다.

회사 투어는 지인이 있어야 가능하다 하길래 그냥 1층 로비까지만 들어가고 경비와 몇 번 눈이 마주치자 쫄아서 금방 나왔다.

그리고 바깥에서 늦은 시간 여유롭게 출근하는 구글러들을 부러움에 찬 시선으로 바라보며 내 자신을 성찰했다.

 

부러움을 뒤로하고 바로 옆에있는 기차역에 들어가니 다름아닌 해리포터 촬영지였다.

마법사의 돌이 초1 때 나왔으니 참 오래전 기억이다.

그때 격년으로 해리포터, 반지의제왕 시리즈가 개봉되어 영화보는 재미가 쏠쏠했었지...?

 

난 딱히 해리포터 팬이 아니라서 불의잔 이후로 안 봤다. (급격히 어두워진 분위기가 싫었..)

굿즈 파는데가 있었지만 한 바퀴 둘러보고 그냥 나왔다.

 

9 3/4 플랫폼.. 8과 1/2이 생각나는..
흔한 기차역 비주얼.. 서울역 ㅠ

주변에 왕립도서관이 있다 했지만 그냥 도심을 조금이라도 더 둘러보는게 날 것 같아서 트라팔가르 광장으로 남하했다.

이제는 어느정도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는게 익숙해져 빠른 속도로 달렸다.

 

도착하고나서 가장 먼저 한 것이 바로 내셔널 갤러리 입장.

(한국에서 여성 분들이 들고다니시는 에코백을 보면 내셔널갤러리,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가 써있는게 엄청 많다.)

 

영국의 좋은 점이,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는 것. 물론 공짜가 아니라 기부를 통한 자율적인 운영 시스템이다.

나도 당당히 돈 안내고 걸어들어가려고 하는데 입구에서 직원이 돈 낼 생각 없냐고 물어봐서 그럴 생각 없다고 했다.

 

내셔널 갤러리에 있는 그림들 대부분이 16~18세기 그림들이었다. 그래서 인상주의나 현대미술을 좋아하는 나로써는 큰 흥미가 없었다.

그래도 옛날 교과서나 예술관련 서적에 삽입된 몇몇 그림을 실제로 보는 재미는 있었다.

 

익숙한 렘브란트 그림체의 벨사살 왕의 연회

 

한국인들이 빈지노를 만나는 대목

 

이 주변에 있는 프레타망제에서 간단히 샌드위치랑 콜라를 먹었다.

영국 물가가 넘넘 비싸서 이런데 아니고서는 사먹을 엄두가 안난다..

 

트라팔가르 광장

나폴레옹의 위협 속에 자신을 희생시키며 트라팔가르 해전을 영국의 승리로 이끌어 낸 넬슨 제독의 동상이 우뚝 솟아있다.

그리고 그 동상의 정 남쪽으로 직선 도로가 하나 나있는데 그 끝에 보이는 빅벤이 포인트.

 

사자가 매우 피곤해 보이지만 한양대 사자상보단 낫다

광장에 나 혼자 있자니 단체로 온 관광객들이 부러워 다른데로 걸어갔다.

근처에 의회나 정부기관들이 있어 그쪽으로 걸어갔다.

 

 

말 타고 있는 근위병

 

총리 관저 앞에 브렉시트 반대 시위를 하는 군중들

 

백악관보단 덜 유명한 다우닝 스트리트의 영국 총리 관저. 프랑스는 엘리제 궁이였나

 

처칠 동상. 옆에 간디 동상도 있었따.

 

들어가 보고 싶었는데 안 들어감

다 돌고보니 배가고파 템즈강 남쪽으로 넘어가서 친구가 추천해준 피시앤칩스를 먹으러 갔는데

낮 시간에 바가 오픈할 리가 없다..

그래서 주변을 샅샅이 뒤지니 호텔과 같이하는 바를 발견했고 다행히 오픈한 상태였다.

전 날 밤에 바에 혼자가서 피칩을 먹으려 했으나 밤 9시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주방을 닫았다해서 못 먹었다.

서울의 24시 문화에 익숙해져 버리니 이렇게 일찍 마감하는 외국의 문화가 참 불편했다.

밤 12시면 본격적으로 놀기 시작하는 시간인데.. 얘넨 밤 10시면 조용해지니..

그런데도 치안이 위험하다는게 아이러니다.

 

대망의 생선튀김

급식시절이나 군대에서 실컷 먹으며 이미 질릴대로 질려버린 생선튀김과 피쉬앤칩스 사이엔 큰 차이가 있다.

우선은 자발적으로 사먹는다는 점(중요).

그리고 맥주가 옆에 있으며 타르타르 소스 말고도 레몬이라는 치트키가 있다. 

예전 이태리에서 칼라마리 튀김을 먹으며 레몬즙이 신의 한수임을 느꼈었는데 피칩도 마찬가지였다.

대구살을 감싼 튀김과 레몬즙은 정말 잘 어울렸고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그렇게 대낮부터 맥주에 안주를 먹는 날 신기하게 쳐다보는 시선을 감당하며, 그토록 고대했던 피쉬앤칩스를 경험할 수 있었다.

 

이후 자전거를 타고 서쪽으로 향했다. 런던 서쪽에 위치한 배터시 공장을 보고싶어서였는데,

이 공장을 알게된 것은 핑크플로이드의 animals 앨범을 들으면서 였고 그 특유의 칙칙함과 삭막함이 와닿았다.

테이트 모던 미술관도 한때 공장이었는데 지금은 미술관으로 탈바꿈했듯이,

여기도 새로 리모델링 중이라 한다. 바로 영국 애플의 신사옥으로..

산업혁명 이후의 영국의 산업을 담당했던 건물들이 이렇게 재사용되는 것을 보며 부러웠다.

백년이 지난 건물들이 후대 사람들 곁에서 지속적인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

상대적으로 산업화가 늦게 일어난 우리로써는 지금 기대하기 힘들지만 앞으로 백년 뒤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것들이 잘 보존되어 후대에 알맞은 목적으로 쓰이길 바랄 뿐이다.

 

배터시 공장 주변은 대대적으로 재건축이 진행중이었는데 재건축이 비단 서울만의 문제가 아니었나보다. 이 곳도 리모델링되며 집값이 엄청 뛰고있다는 소릴 들었는데 어디나 똑같은 것 같다.

런던 주거단지 임장(?)

고급아파트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그래도 역시 자이나 래미안같은 아파트 단지 시설이 한 수 위인 듯 하다.

 

 

좌: 현재   우 : 핑크플로이드 앨범

아쉽게도 내가 생각했던 공장의 모습은 빅벤처럼 가림막에 가려있었다. 그래도 온전히 보이는 네 개의 굴뚝을 보며 위안을 삼았다.

저녁에 사이먼 래틀의 공연이 있었는데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근처에 있는 배터시 공원에 잠시 들렀다.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런던은 참 공원이 많았다. 작은 사이즈부터 하이드파크처럼 대규모 공원까지.

공원 안에는 드넓은 풀밭도 있고 가로수 밑에 시원하게 뚫린 산책로도 있고 조성이 잘 되어 있다.

그에 비해 서울의 공원은.. 물론 환경이 달라 같은 방향으로 계획될 수 없을 것이다.

큰 공원을 확보할만한 땅도 부족하고 사람은 많고...

대신 서울은 주변에 있는 산들을 잘 이용하면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수도에 이렇게 많은 산들을 가지고 있는 도시는 몇 안되기 때문에

등산로 이런 것들을 좀 더 보완해서 보다 많은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게되면 유럽의 공원 못지않은 장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서울숲은 좀 잘 해놨으면 좋겠다.....

 

그렇게 런던의 자연을 느끼며 의자에 앉아 책을 읽었다. 그런데 읽는 도중 강아지 한마리가 주인에게서 도망가 내 곁으로 왔다. 주인이 어쩔줄 몰라하며 미안하다고 했는데 한국이었으면 자연스레 대화를 했겠지만 상대가 외국인이라 별 말을 못해서 아쉬웠다.

 

댕댕이

 

왜 나한테 온거니

 

에코백, 우산, 보조배터리, 콜라, 읽은 책

서머싯 몸의 책은 작가 특성상 글이 쉬워 술술 읽을 수 있었다.

인간의 굴레에서나 달과 6펜스 같은 수준은 아니었지만 나름 재미가 있었고 비행기에서 읽다만 남은 여분을 그 자리에서 다 읽었다.

 

한 자리에 앉아 가만히 책만 읽으니 8월임에도 불구하고 쌀쌀했다.

그래서 책을 다 읽자마자 일어서서 공원 내부를 걸어다녔다.

 

공원에 있는 작은 호수

 

드넓은 공원

배터시 공원도 생각보다 커서 생각보다 힘들었고, 자전거를 타고 로얄 앨버트 홀로 가려했으나

주변에 있는 자전거가 모두 매진이어서 할 수 없이 걸어서 가야했다.

천천히 걸으면 되겠거니 생각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걸어서 템즈강을 잇는 다리를 건너고

런던너들이 사는 삶 속을 구경하며 갈 수 있었다.

 

엄청 비싼 다이어리를 파는 스마이슨

런던의 메인 도심이 아닌데도 정말 잘 갖춰져 있음을 보며 다시 한 번 런던은 여타 유럽 수도들과는 다름을 체험할 수 있었다.

 

헤롯 백화점

파리엔 라파예트, 쁘랭땅 같은 유명한 백화점이 있듯이 런던에는 헤롯이 있다.

그런데 오래된 명성만큼 내부도 오래되어 딱히 럭셔리한 느낌은 없었다.

 

원 하이드 파크

 

부자되도 못오는 곳

그렇게 주변을 서성이며 공연 시간이 되기를 기다렸고 로얄 앨버트 홀 근처가 바로 임페리얼 칼리지 대학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게 대학 내부를 돌아다니며 내 전공이 있는 건물을 찾아다녔다.

 

여기 올려면..?

다이슨 로보틱스 랩,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임페리얼 칼리지면 상위 중에도 최상위인데 이런데 올려면 돈도 돈이지만 실력도 출중해야 하겠지??

이번에 데이터 사이언스 수업을 들으며 정말 나랑 안맞는 분야라는 것만 알았다.. 그 놈의 클러스터링, 추천...

 

사이먼 래틀의 공연 원래 매진이었는데 매일매일 새로고침한 결과 몇몇 취소석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런데 다 비싼 자리만 나와가지고 어쩔 수 없이 10만원이 넘는 돈을 써야만 했다!

비록 시야가 잘 보이는 자리는 아니었지만 나름 대접받는 듯한 곳에서 관람을 할 수 있었다.

입석이 젤 쌌는데 오늘 같이 유명인의 공연이 있는 날이면 아마 하루죙일 서서 기다려야만 했을 것이다.

여행까지 와서 귀한 시간을 그런데 쓸 수는 없지..

칸막이로 나뉘어져 있다. 나름 2등석 느낌
흰 머리의 사이먼 래틀
뚜렷한 이목구비

그래도 이렇게 내 두눈으로 살아있는 전설을 볼 수 있어 매우 좋았다.

아마 작고하시면 클래식계에서는 대서특필감일 것이다.

원래 타악기 주자였다가 지휘자로 변신해 베를린필 지휘자에 성공적인 가도를 달리시는..

베를린필하모닉의 디지털화도 주도하고 런던 올림픽 개막식에도 등장하시고 나름 대중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려는 시도를 많이 하는 듯 하다. 뭐 그렇게라도 해야만 위축되어가는 클래식 시장을 조금이나마 살릴 수 있겠지.

 

사이먼 래틀의 인상적인 모습이라면 베를린 필 취임연주 때 했던 토마스 아데스의 asyla - ecstasio.

그 어렵고 변화무쌍한 박자를 전신으로 표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타악기 주자여야만 할  수 있는 듯 한 강렬함.

 

 

1부 2부 모두 모르는 곡이라 집중은 안되어 있지만 현 세계, 사회가 주목하는 중요 인사를 직접 볼 수 있어 좋았다.

그 사람도 같은 사람인데 무슨 차이로 인해 저런 위상을 가지게 된 것일까. 많은 생각을 가져다 준 하루였다.

 

그렇게 다시 자전거를 타고 런던에서의 마지막 밤을 가르며 숙소로 갔다. 

 

bbc 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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