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혼자여행 7 - 에든버러 (칼튼 힐, 시내, 파이브 가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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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버스에서 잠을 잘려니 군대 훈련 때 생각이 났다. 자는게 자는게 아니야~

나름 춥기도 했지만 수시로 덜컹거렸고 무엇보다 좌석이 넓지 않아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없었다.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암흑을 달리다 보니 어느 덧 목적지에 도달.

지도 상으로 보니 서울-부산보다 먼 거리였음에도 하룻밤 사이에 갈 수 있다는게 신기하게 느껴졌다.

한편으로는 영국의 도로 사정이나 교통 상황을 볼 수 없어 아쉬웠다.

 

(버스 오른쪽 창가에 앉으면 바다를 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조금이라도 잠을 자보겠다고 밖을 내다보지 않았다...)

 

아마 오전 7시 이른 아침에 에터(에든버러 터미널)에 도착했다.

때는 8월 중순이었지만 긴팔을 껴입지 않고서는 활동이 불가한 추운 날씨였다.

런던과 비교될 정도로 쌀쌀한 온도. 에든버러와의 첫 만남은 추웠다.

 

에든버러와의 첫 만남

체크인까지 시간은 한참 남았기에 아직 잠이 덜 깬 도시를 어슬렁 돌아다녔다.

우선 묵게될 세이프스테이라는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맡기고 근처 평점이 좋은 브런치 카페에 들어갔다.

 

The Edinburgh Larder

아니나 다를까 이른 시간임에도 많은 사람들로 꽉차있었다. 

대부분이 여행객들인 것 같은데 부지런도 하지..

사람이 많다보니 자연스레 합석을 하게 되었고

어느 노부부와 젊은 동양인 여자가 있는 테이블에 앉게 되었다.

메뉴는 그냥 그렇고 그런 영국식 조식과 커피, 그리고 스콘.

그렇게 음식을 기다리며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노부부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휴가를 온 미국인이고 여자는 영어 어학연수를 온 일본인이었다.

일본인인데 생각보다 영어발음이 좋아 신기했다.

이후엔 뭐.. 그냥 자연스러운 대화를 하며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저번 달에 오키나와를 갔다, 캘리포니아 해변에 있는 집을 보여주며 놀러와라, 젊었을 때 무슨 일을 했다, 나도 미국에 가서 일하고 싶다 등등..

 

 

평점을 떠나서 적당한 조식을 먹고 본격적으로 시내를 돌아다녔다.

이제야 주변 가게들도 서서히 오픈을 하기 시작하길래 우선 새로운 슬리퍼를 하나 샀다.

한국에서 가져간 뉴발란스 운동화가 내 발과 너무 안맞아서 발이 너무 아팠다.. 물집도 생기고..

원래 걷는거 하나는 자신있을 정도로 잘 돌아다니는데 억울하기도 하고 화나기도 하고.. 크록스를 안챙겨간게 천추의 한..

 

그래서 막스앤 스펜서(M&S) 매장에 들어가 신발 코너를 보니 에든버러도 영국인게 실감이 날정도로 가격들이 비쌌다..

브랜드도 아니고 디자인도 별론데 가격들이 참 ^^

다행히 시즌 오프되서 세일 중인 버켄스탁 류의 슬리퍼를 15파운드에 건질 수 있었다.

한국은 아직 한여름인걸 생각하니 신기했다.

 

신발을 갈아신으니 슬리퍼임에도 기운이 났다.

그렇게 기분전환도 할겸 근처에 있는 칼튼 힐에 올라갔다.

말이 힐이지 야트막한 언덕(그게 힐 아닌가?) 수준..

아무튼 한양대역에서 중도가는 것 보단 덜 힘듬.

 

하지만 올라가는데 들인 노력에 비해 내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돈주고 바꿀 수 없는(?) 엄청난 장관이었다.

고풍스러운 시내와 주변의 자연경관, 그리고 멀리 내다보이는 바다.

이 모든 것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내 눈에 들어왔다.

나름 20여년을 살면서 더이상 무언가를 보고 감동받을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에든버러의 전경이 빛나고 있었다.

 

그래서 에든버러에서 머무는 기간동안 하루에 두번씩 칼튼 힐을 찾았다. 낮에 한 번 저녁에 한 번..

 

칼튼 힐

주변에 무슨 신전같은 것도 있고 여러 구조물도 있고 바다풍경도 있는데 왜 사진을 안찍었을까?

그렇게 다시 내려와 이번엔 구시가지를 걸어보기로 했다.

 

사진엔 담기지 않는 입체감

에든버러는 도시계획이 신기하게 되어있다. 다른 대도시처럼 평야에 있는게 아니라 적의 공격에 대비해 언덕에 자리잡아서 그런지

길을 걷다보면 평지라 생각했던 곳이 인위적으로 만든 구조물이여서 고도가 높은 경우가 많다. 그래서 지도만 믿고 걸어다니다 보면 

매우 가까운 거리인줄 알았는데 사실은 크게 우회해서 가야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아파트 3층에서 1층 앞마당으로 가는 느낌이랄까.

좀 더 현실적인 비유를 하자면 한양대처럼 포탈이 활성화된 느낌. 3층이 사실 메인 로비고..

 

그래서 길을 걸어다니면서 재밌기도 했지만 캐리어를 끌고 왔으면 큰일 날 뻔 했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펄-럭

에든버러는 매년 축제를 하나보다.

축제 이름은 까먹었는데, 아무튼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어서 갑자기 울컥했다. (왜?)

 

우선 내가 올라갈 수 있는 곳 까지 가보니 도시 전체를 굽어보는 성이 나왔고 

이 이상 올라가면 돈을 내야했기에 미련없이 내려왔다.

뭐 들어가봤자 옛날 검하고 옷 장식 뿐이 더있겠느냐 하며.

에든버러 성

내려올 때는 왔던 길이 아닌 다른 길로 내려가며 중간에 버스킹 공연도 보고 행인을 대상으로 하는 쇼 같은것도 보고 재밌었다.

축제 기간이다 보니 여러 단막극 같은걸 많이 하는 것 같았다.

여러 극단에서 행인들에게 우리 공연좀 보러오라고 호객하는 행위가 비일비재 했다.

근데 나한테는 안 권하던데? 슬펏다.

 

어느 덧 점심이 되었고 이번엔 에든버러 기차역이 있는데까지 내려와 근처 지하 쇼핑몰에 있는 식당가를 찾았다.

마침 퓨전 중국음식을 파는 곳이 보였고 동양음식은 오랜만이라 너무나 반가웠다.

한식은 아니지만 싼 가격에 친숙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게 큰 장점.

익숙한 솜씨로 3가지 메뉴를 선택하고 나름 오랜만에 젓가락질을 하니 내 정체성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비록 먼 타지에 있지만 나는 변함없이 한국인이라는 것을... 여행 중엔 이렇게 사소한 일들로 신파를 벌이기 마련이다.

 

퓨전 중국음식점에 앉은 몇 안되는 동양인들의 능숙한 젓가락질을 보며 정신적 유대감을 느꼈다고 하면 너무 많이 간 건가..?

 

듕귁음식.

에든버러 기차역은 협곡 마냥 파인곳에 위치해 있어 한마디로 주변에서 젤 낮은 곳이다.

그래서 어디로 이동하려면 무조건 올라가야 한다. 이제 돌아다니기 힘들어서 게하에 돌아가 체크인 시간까지 버티기로 했다.

 

흔한 시내 풍경

게하로 돌아가는 길에 시내를 지나다니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현지인들은 무뎌져서 못느끼겠지만,, 타지, 그것도 전혀 다른 문화권에서 온 사람 입장에선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그 고풍스러운 건물과 음산한 날씨가 특유의 분위기를 더해주고 있었다.

 

암튼 지쳐서 게하 로비 쇼파에 앉아 시간이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낮익은 차림의 동양인이 내 앞에 앉았다.

보니까 로카티를 입은 남자였다.(당연히 한국인) 지금 생각해보면 말이라도 걸어볼 걸 그랬다.

에든버러는 런던에 비해 관광객이 적었고, 관광객 중에서도 중국인을 제외하면 한국인을 찾아보기 어려운 동네였기 때문.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너무 배타적으로 다녔던 것 같다.

 

 

마침내 체크인을 한 뒤, 버스에서 잠을 설친 거에다가 하루종일 돌아다닌 피로가 겹쳐 침대에 눕자마자 씻지도 않고(더러워) 잠에 들었다.

세 시간 남짓 잤을려나, 깨보니 왠 여자가 있어 깜짝 놀랐는데 보니까 남녀혼성 도미토리.

하지만 외국애들 특유의 체취, 향수 등에 지겨워진 상태라 환상같은 것은 날라간지 오래였다.

말 붙이는 것도 무섭고.

 

한국보다 위도가 높아서 그런지 낮이 길었다.

그래서 칼튼힐에 올라가 어두워 지는 것을 구경했다.

해가 지면서 주변에 하나 둘 조명이 켜졌고 마치 마법이 시작하는 것 처럼 에든버러는 신비로움으로 물들었다.

물론 빠른 속도로 기온이 내려갔지만 눈 앞의 광경을 두고 차마 발을 뗄 수 없었다.

 

사진에 안담김2
그냥 돌로 포장된 평지 길 인줄 알았는데 고가도로여서 놀랐던 ssul

 

저녁 9시가 넘어서야 해가 지평선 넘어로 내려갔고 그제서야 배가 고프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여기는 외국이라 왠만한 식당은 영업종료를 해버렸고 빠른 속도로 주변을 스캔하기 시작했다.

눈 앞에 들어온 것은 파이브 가이즈.. 런던에서도 밤 11시 쯤에 먹은 기억이 나자 고민없이 들어가 주문을 했다.

 

번들은 현상이야... (?)

혹시나해서 감자튀김도 시켰는데 우리가 아는 포장용 음료수 보틀에 기름에 쩔은 감튀를 꽉채워 준다.. 

정말 느끼해서 다 못먹음.. 다먹으면 일찍 암에 걸릴수도?

 

한껏 느끼해져서 밖을 나오니 이번엔 폭죽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하늘을 보니 불꽃축제가 한창. 낮에 올라갔던 성 근처에서 한창 축제 중이었다.

나는 그렇게 저~ 밑에서 불꽃놀이를 구경하며 혼자라는 사실이 슬퍼졌을 뿐 ㅠㅠ

 

그렇게 다시 돌아가는 도중 기차역 쪽을 바라보니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봤던 광경이 보였다.

아마 타노스 부하와 비전이랑 치고박고 싸웠던 그 곳. 이렇게 다시보게 되니 반가웠다.

 

사진 우측에 보이는 빅벤 비슷하게 생긴 건물이 발모랄 호텔인데 에든버러에서 최고로 고급인 호텔이라고 한다.

다시 가서 저곳에 잘 날이 과연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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