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여행기(20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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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흐름기법

 

하네다에서 내리면 좋으련만 나리타에 내려버려 긴 시간 전철타고 도쿄 입성.

 

여행 컨셉

삼청동, 한남동 비슷한 곳 : 오모테산도, 다이칸야마

부촌 : 지유가오카, 덴엔초후, 아자부주반

세련된 도시 : 롯본기, 신주쿠, 마루노우치, 니혼바시, 시오도메

 

 

여행기간 중 사람들을 지켜본 결과 일본인들이 소심하고 왜소하게 보였음

키가 작아서 왜소한것도 있지만 성향 자체도 왜소를 지향하는 느낌?

이어령님께서 쓰신 축소지향의 일본인이라는 책 내용이 와닿더라.

그래서 한껏 자신감을 가지고 여행을 했음.

그리고 저런 사람들한테 어떻게 통치받았었는지... 우리도 많이 노답이긴 했었나보다.

 

그런데 지하철 밖에 나와 건물들을 둘러보는데 정말 허탈감만 나오더라.

조용하고 조그만한 사람들이 만들어낸 결과물들이 하나같이 스케일이 장난아니였음.

도쿄역 앞의 마루노우치, 신바시랑 시오도메, 오래되었지만 신주쿠의 빌딩들..

우리나라로 치면 ifc나 전경련회관 사이즈의 건물들로 도배되어 있고 하층부 보행자를 위한 육교, 상업시설 조성도 잘해놨더라.

심지어 홍콩이랑 싱가포르에서 괜찮다고 생각했던 시스템들이 이미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일본이 먼저 했던것들임...

신바시랑 시오도메 이쪽은 완전 미래도시고.. 미쓰코시마에 부터 도쿄역까지는 거짓말 안보태고 뉴욕 맨하탄이었음.

공실률을 떠나 저런 건축물들과 마주하니 압도되고 오히려 내가 왜소해 졌음.

주변 건물들끼리 디자인들도 통일되어 보기도 좋더라.

밤에 도쿄도청 무료전망대 가서 구경을 했음. 날이 맑고 월광도 밝아서 후지산 윤곽도 어렴풋이 보이고

저~멀리 요코하마 빌딩도 보이고.. 그리고나서 남동쪽을 보았을 때,,

동쪽으로는 스카이트리가 밝게 빛나고 차례대로 마루노우치(도쿄역), 신바시, 도쿄타워, 롯폰기 모리타워 이렇게 보이는데

고층 건물들 꼭대기에서 점멸하는 빨간 빛(항공장애표시등)들로 뒤덮인 광경을 보니 소름이 돋더라.

일본이 '조용히' 깜빡이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얘네는 많은 것들을 '일본화'시켰더라. 제국시대 건축양식도 분명 서양에서 따왔는데 일본느낌이 강했어.

국회의사당이라든지 도쿄역이라든지...

유럽 갔을때는 생각보다 고급승용차 찾아보기 어려웠는데 도쿄는 서울만큼이나 많았어.

심지어 롤스로이스 두대 주차된 가정집도 보고...

 

흔히 사람들에게서 도쿄 여행담을 들으면 '서울이랑 비슷하다', '비슷해서 재미없다' 이런 말이 많아. (아닌경우도 많지만)

그런데 이번 여행을 통해 보고 느낀 점이라면, 세계를 동서양으로 양분하고 각각 도시를 한 개씩 뽑으면 단연 뉴욕과 도쿄라는 것.

일본을 함부로 무시해선 안된다는 것. 그리고 짧은 시간동안 생각 이상으로 아시아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는 것.

1억 넘는 인구가 정신차리고 힘을 모았을 때 이러한 결과가 나온 다는 것.

도쿄는 서울이라는 도시보다 크고 복잡하고 정교하면서도 조용하게 돌아가는 톱니바퀴라는 것?

 

그런데 일본인들은 자기 목소리를 잘 내지 못하는 인상을 받았어.

유능한 엘리트들이 시키는 대로 일하고 희생하는듯한?

그런점에서 상대적으로 열성적이고 자기 목소리 내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더 낫다고 생각해. 촛불들고 나와 모이고 단결하고..

 

이봉창의사 생각이 많이나더라. 혈혈단신으로 도쿄역에 도착한 이봉창의사도 분명 그때 당시에도 아시아 최대도시였던 도쿄에 

압도되었을 수도 있고, 조국의 암담한 현실을 떠올리니 순간적으로 맥이 풀렸을 수도 있고..

그럼에도 모든것을 딛은채 삼엄한 경비를 뚫고 마루노우치 근처에서 일왕을 향해 폭탄을 던진 그의 모습이 도쿄역앞에 기죽은 내 눈앞에서 선선히 그려지더라.

조국을 위해 저렇게 행동할 수 있는 그가 한없이 대단하게 느껴지고 위로 또한 많이 받은 것 같아.

그래서 도쿄의 역, 관광지마다 한글로 적혀있는 안내판, 쇼핑몰에서 나오는 한국말을 들을 때마다 깊게 받아들인 것 같다.

 

일본인들의 높은 콧대로 인해 도쿄에서 현대차, 갤럭시, 헬지 티비 이런것을 한번도 못봤어.

그렇지만 세계를 무대로 일본기업을 상대로 좋은 성과를 내주고 있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들이 잘되는게 나와는 '직접적인' 상관은 없지만, 독립 후 전쟁을 겪고 짧은 시간 내 이렇게 성장한 한국 기업들이 자랑스러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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