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냐, 리미니 (2023.01)

반응형

 

4시간 정도 환승시간이 소요되었다.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어 유튜브도 보고 영통도 하고

터미널 내부를 두바퀴는 돌아다녔던 것 같다.

이것저것 구경하며 가격을 보니 대부분 국내 인터넷 최저가가 더 싸서 사지는 않았다.

 

볼로냐행 비행기로 가는 버스

수요가 적은 비인기 도시는 버스로 이동하여 비행기를 타러 가야한다.

대부분 게이트들이 A380을 위한거라..

 

거짓말 안보태고 이동중에 a380를 10대 넘게 지나쳤는데

그저 에미레이트를 운영하는 주체가 대단하게만 느껴졌다.

가뜩이나 a380 효율이 안좋아 B787로 넘어가는 추세인데 이러한 자신감이라니!

 

이런 생각에 잠겨있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literally 뒷마당 같은 곳에 내려주었다.

보니까 구석에 주차된 차 마냥 비행기가 있어 넘 웃겼는데

알고보니 이걸 타고 볼로냐까지 가는 것이었다.

 

약간 개활지에서 급히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는 작전 느낌?..

 

 

뒷문으로는 처음 타본다 ㅎ

보잉777이었는데 나름 장거리 기종이었음에도

거대한 a380을 보다보니 상대적으로 작아보였다.

 

약간 버려져있는 느낌들의 비행기..들이 절찬리에 운영 중

 

나도 독일갈래..

정말 두바이공항에 있는 대부분의 비행기들이 에미레이트 항공이어서

간간히 보이는 외항기들이 유독 돋보였다.

 

이륙하면서 본 두바이 전경

그리고 이륙하면서 두바이 시내가 쫙 보였는데..

SF소설에 나오는 미래도시마냥 스카이라인이 어마무시했다.

도심과 거리가 꽤 있었음에도 부르즈칼리파가 꽤 높다는게 단번에 느껴질 정도였는데

과연 세계에서 젤 높은 빌딩은 달랐다.

 

운이 좋아 옆에 두자리가 비어서 눕코노미로 갈 수 있었다.
칠면조

기내식이 소고기랑 turkey가 있다길래

너무 오랜만에 들어보는 칠면조를 먹어보기로 했다.

정확하게 캐나다에서 soup kitchen 봉사 때 먹은 그 맛...! (엄청 맛있진 않다라는 뜻)

 

최애 여행지 스플리트를 지나..

 

뿌연 이태리 상공. 무슨일이야~

착륙 전 광활하게 펼쳐진 평야를 보며

얘네도 농사짓기 좋은 땅이구나 했다.

저 넓은 땅에 밀 농사를 많이 짓다가 자연스레 파스타면이 발전한건 아닌지 ㅎㅎ

 

볼로냐 공항에는 무선통신기술로 유명한 마르코니의 이름이 붙어있다.

도착 후 입국심사를 위해 줄서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뒤에 인도놈이 계속 가까이 서가지고 불필요하게 부딪혔다.

결국 화나서 뭐라했다. 좀 떨어져있으라고..

한번 더 그러길래 또 뭐라했다.

 

큰 공항이 아님에도 중앙역까지 이어주는 모노레일이 있어 도심까지 빠르게 이동이 가능하다.

저 표시대로 쭉 직진하다가 좌회전을 해서 밖으로 나가 모노레일을 타야 하는데 

좌회전하라는 표시가 그 어느 곳에도 없어 결국 직진으로 공항 끝까지 찍고 돌아왔다..

 

돌아오는길에 본 페라리 의류매장

 

우여곡절 끝에 잘 찾아 탑승~~

이게 얼마만의 이태리야

라고 하기에 펼쳐지는 풍경은 경기도 그 잡채..

 

그래도 중앙역에 가까워질 수록 

'나 유럽이오' 하는 건물들이 대거 등장해서 다행이었다.

 

리미니로 가는 기차까지 두 시간정도 남아

짐을 역에 위치한 유로 라커에 맡기고 돌아다녔다.

 

 

도심으로 가는 중

 

우리나라에선 볼 수 없는 CALZEDONIA

이렇게 유럽에만 있는 체인을 보는 것도 재밌다. 

해외에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것 중 하나랄까??

CALZEDONIA나 DESIGUAL 이런 브랜드ㅎㅎ

그리고 특히 슈퍼드라이 인기가 되게많다 ㅋㅋㅋ

 

2022년 마지막날이라 그런지 거리에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로마에서 봤던 venchi(벤끼?)도 봤다

(그런데 그냥 흔한 체인점이었다!)

 

북적북적
맥날

중세틱한 건물과 함께 있는 커다란 트리는

아직 내눈에 익숙치 않다 ㅎ

 

 

중앙광장에 위치한 다소 선정적인 분수

 

포세이돈 상

내가 생각하는 이태리의 스테레오타입과도 같은 곳이 보이자 자연스레 좁은 골목으로 빨려들어갔다.

 

 

빼놓을 수 없는 식료품 구경

 

 

두 개의 탑

옛날 중세시대 귀족들은 탑을 높게 쌓아올림으로써 자기 가문의 세력을 드러냈다고 한다.

그래서 19세기만 하더라도 엄청나게 많은 탑들이 우후죽순 존재했지만 건축공학상 불안정하여

안전을 위해 대부분 철거되었다고 함!

 

저 두개의 탑도 피사의 사탑처럼 기울어져 있는데

이는 이태리의 고질적인 지질학적 문제라고 한다.

 

 

중앙광장

중앙광장에 다다르면

정말 말도 안되게 생긴

내 머릿속 데이터에는 없던 성당과 마주한다.

 

거대한 관 같기도 하고

크기때문에 노아의 방주처럼 보이기도 하는

저 무지막지한 생김새의 성당에 들어가야 겠다는 마음이 바로 들었다.

 

 

입장하고 나서 

내부의 웅장함에 짓눌려 

공간이 주는 위압감을 fully 느꼈다.

그 체험을 조금이라도 간직하려 사진을 찍었지만 (사진에 안 담길것을 알면서도 아쉬워서.)

역시나 그때의 감동은 담을 수가 없다.

사진의 목적은 그때 느꼈던 감정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수단이기도 한 것 같다.

 

gn 발음

 

 

작은 길에도 회랑

 

볼로냐는 큰 길이던 좁은 길이던 이렇게 회랑이 잘 갖춰져 있는데

중세시대 때 귀족들이 낮에는 햇빛도 피하고

무엇보다 비를 맞지않고 먼 거리를 다닐 수 있게 한 것이라 하는데

지금도 횡단보도를 제외하고 왠만해서는 건물 밑으로 지나다닐 수 있다.

회랑 외에도 생각 이상으로 건물 밀도가 높고 도시의 규모가 넓었는데

과연 옛날에 세력이 강한 도시였다는게 느껴졌다.

 

한 때 귀족은 춤을 추고

말을 탄 기사들은 시가지를 바쁘게 달리고

음유시인이 사랑의 노래를 부르던 자리에는

서민들의 필수 공간들과 더불어

흥정하는 주인

이민자

관광객들이

길고 공허한 회랑의 한 단면을 채우고 있었다.

 

기차 시간이 임박하자 역으로 되돌아갔다.

 

너무싸서 찍어봤다. 1500원정도?

 

리미니행

 

미세먼지 강국? 지역단위로 air quality를 집계하나보다

 

리미니 도착

역 앞에서 부모님을 만나기로 했는데 혹여 사람이 많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었지만

한적했다.

소도시 바이브

역 앞에는 작은 트리와 분수가 반겨주었다.

 

STAZIONE RIMINI

운좋게 아빠가 운전하는 차가 지나가는 것을 바로 포착해서

추가적인 연락없이 재회에 성공했다.

가족끼리 해외에서 만났던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지만

언제 그랬냐는듯 자연스러웠다.

 

21살 때 뉴욕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JFK에서 남미로 가기위해 환승 대기중인 부모님을 만났던게 전부였다.

(일본여행은 논외로 하고 ㅎ)

 

부모님 두 분께선 지금도 그 누구보다 해외를 잘 다니시지만

그래도 가족끼리 다니는 기회를 더 확보해야겠다.

 

 

거대 스티치

2022년 마지막 날이다보니

리미니는 해안가의 작은 소도시임에도 

그 주변의 더 작은 도시에서 온 사람들이 시내의 식당들을 꽉꽉 매운 채

2023년을 기다리고 있었다.

 

유럽에서 BTS, 특히 블랙핑크가 주목받는다는 기사를 국내에서 그렇게 들었음에도

이 곳은 한류 그 비스무리한 어떠한 흔적도 발견할 수 없는 순도 100퍼센트의 이탈리아였다.

트렌드에 신경쓰지 않고 자신들만의 삶과 전통을 더 중시하는듯한 여기 리미니에서

이태리인들의 삶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 

 

 

DM주세요~

 

우리 가족은 여기서 유일한 동양인 무리였는데

코로나가 한바탕 전세계를 쓸고간 이후라 혹시 모를 차별이 있을까 우려했지만

기꺼이 사진을 찍어주면서 해피뉴이어를 외치는 이곳의 순수한 사람들을 만나며 

그런 걱정이 기우에 지나지 않았음을,

오히려 내가 먼저 마음속에 색안경을 끼고 바라봤음을 반성했다. 

 

훈련중인 토르의 딸?

 

그렇게 기분좋게 1월 1일 마지막날 리미니의 밤거리를 걸어다녔다.

식당에서는 소소하게 음악이 흘러나오기도 했고

어느 곳은 클럽과 비슷한 분위기가 펼쳐지기도 했다.

 

그러는 와중 12시가 되어

우리 가족은 이름 모를 공원에서 2023년을 맞이했다.

사실 온 사방에서 터지는 폭죽 소리를 통해 신년이 왔음을 알아챌 수 있었다.

 

공원 나무 틈 사이로 보이는 불꽃놀이를 보면서

차분하면서도 소란스러웠던 리미니에서의 1월 1일을 오랫동안 기억하지 않을까?

 

 

가족단위, 친구단위로 폭죽을 준비해 

다양한 방법을 새해를 기리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마냥 풍족하진 않아도 소소하게 사는 것이 행복할지 생각해보았다.

 

2023년 첫 밤거리

 

연말이라 그런지 왠만한 호텔은 전부 만실이었고

덕분에 가족이랑 3성 호텔의 특실에서 잤다.

그래도 아기자기하고 따뜻한 분위기에서 다음날을 맞았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