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회계법인 인턴 후기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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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HYWEP

전공 : 컴퓨터소프트웨어학부

실습기업명 : 삼일회계법인

실습부서 : Tax Compliance

실습기간 : 2018.07.02 ~ 2018.12.31

 

실습내용

시대가 발전함에 따라 일일이 수기로 작성했던 회계 서식들도 전자문서화 되었고 그 결과 세금 납부 체계가 신속, 정확해졌다. 그러나 이러한 시스템을 제공하는 자체 프로그램 및 웹 사이트에 크고 작은 오류를 발생시킨다면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해당 프로그램의 에러를 검출하고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테스트를 진행하는 것이 내게 주어진 주 업무였다. 또한 VBA코딩을 통해 회계 서식들 간의 연결하는 작업도 했다. 다소 반복적인 일과 더불어 업무 중간에 들어오는 새로운 일과 마주하며 이공계생으로써 생소했던 회계 용어들이 익숙해졌다. 그와 더불어 비전공자의 시각에서, 현행 업계에 어떤 것이 부족하고 필요한지 파악할 수 있었다. 컴퓨터공학도로써 전공 학문이 크게 필요로 하지 않지만 본인이 학교에서 배운 내용이 현업, 그것도 대상의 implementation은 전혀 모르고 interface만 다룰 줄 아는 사람들로만 이루어진 집단에서 어떠한 방식과 절차로 기술이 적용되고 쓰이는지 직접 목도할 수 있었던 계기였다.

 

실습결과 및 소감

6개월 이라는, 길고도 짧은 시간동안 인턴을 하며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에 대해 의식하게 되었다.

더이상 눈치볼 필요가 없는 위치에 올랐지만 그간 행실로 인해 그만두게 된 상사,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노심초사하는 직원.

어떻게 보면 티비 드라마에서 심심찮게 등장하는 전형이 되어버렸지만 이러한 일들이 목전에서 벌어지니 소름이 돋으면서도 마음이 허했다. 나름 최고의 엘리트들이 모이는 회계법인에서도 실상은 크게 다르지 않구나.

이러한 일들이 지금도 국내 수 천개의 법인 내에서 일어날 것이고 비단 한국 뿐 아니라 모든 나라에서 그럴 것이다.

 

보이저 2호가 태양계를 떠나며 찍은 지구를 보고 감상에 젖은 칼 세이건의 마음이 이해가 갔다.

이토록 유한하고 한정된 세계에서 벌어지는 반복적이고 특색없는 일들.

70년대 자본주의 사회를 비판했던 핑크 플로이드의 음악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듯, 시간과 장소가 변하고 기술이 발전해도 사람은 그대로이기 때문이 아닐까.

 

삼일회계법인은 용산역 근처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에 위치해있다.

그러나 주변의 랜드마크 부상할 만큼 세련된 디자인의 건물 너머엔 다 쓰러져가는 기왓집과 적산가옥이 즐비해 있어 매우 이질적인 인상을 준다.

하루가 다르게 인상되는 임대료와 그것을 버티지 못해 오랫동안 머물렀던 자리를 뜨는 영세업자들.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환갑이 넘은 몸을 이끌고 직접 음식을 나르는 어르신들.

젠트리피케이션, 자본주의의 폐해, 정부 정책의 실패여부를 떠나 이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고 어려운 이들은 가까운 곳에 있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이제 얼마 후면 그들의 터전도 철거되고 새로운 아파트와 빌딩이 들어설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아픔은 집값, 보유세, 공실률 등 각종 용어들이 난무하는 기삿거리에 묻혀 빨갛게 점멸하는 빌딩의 불빛 뒤로 사라질 것이다.

오늘도 남서쪽으로 보이는 한강을 배경으로 노을이 지고있다.

북서쪽으로는 국철 1호선이 고요한 소리를 내며 지나간다.

용산역 앞을 지나가는 택시들과 수많은 행인들. 그리고 수많은 건물 내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

지난 몇 달간 같은 자리에 앉으며 눈에 익은 이러한 풍경을 잊으려면 아마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참 많은 것들을 돌아보게 된 인턴 생활이었던 것 같다.

 

 

후배들에게 하고싶은 말

삼일회계법인은 구내식당이 없어 점심시간이 되면 밖에 나가서 사먹어야 합니다.(도시락 싸와도 됨)

그런데 용산역 부근은 업무지구라서 대게 밥값이 비싸게 형성되어 있습니다.

육천원 짜리 시키면 왕십리에서 사처넌 정도하는 식당에서 먹는 거랑 비슷해서 울화가 치민적도 많습니다.

다행히 17층에 임직원 대상으로 카페가 있어 자주 애용하곤 했습니다.(무료)

 

지도 기준으로 회사 북쪽으로 속칭 용리단 길이라는, 한물 간 경리단길의 아류가 생기고 있어 분위기 괜찮습니다.

또한 건물 사이로 일제강점기 시절의 가옥이나 건물이 있어 매우 흥미롭기도 합니다.

 

열심히 일하는 분들을 보며 많은 도전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회계사 뿐 아니라 회계사가 아닌 직원분들도 열의를 갖고 밤 늦게까지 열심히 일하십니다.

요즘 주 52시간이다 칼퇴다 워라밸이다 뭐다 말이 많은데 회사 분위기가 자발적으로 일을 좀 더 하는 느낌이라 신기했습니다.

공기업을 비난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제가 모 공사에서 인턴을 하며 느꼈던 나릇나릇함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제가 20층 TAX부서에만 있어서 다른 부서들 분위기는 잘 모르지만 아마 Deal, Assurance 등 다른 팀도 비슷한 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물론 저는 인턴이고 월급과 근무기간도 고정되어 있어서 무조건 칼퇴를 감행했습니다.

 

아무래도 인턴은 할 수 있는 일에대한 제약이 많은 편입니다.

어떤 일이 주어지더라도 대개는 단순 반복의 노가다일 때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 하시길 바랍니다.

또한 시간이 남으신다면 주체적으로 일을 찾아 새로운 업무를 하는것이 이상적이지만 저는 그 시간에 쉬거나 개인공부를 하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물론 눈치 껏 분위기 봐가면서 해야합니다.

 

나름 이공계 출신으로 특이한 경험을 해서 매우 특별했고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렇다고 막 재밌진 않았습니다. 그래도 정말 값진 것들을 얻어갈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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