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봄소리ver)
예술의전당에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 플래카드가 걸려있는 것을 보면
벌써 한 해가 다 지나가고 연말이 되었음을 실감한다.
가족 연례행사, 전시회, 약속 등등 수 차례 왔던 예술의전당.
나와 내 주변은 빠르게 변해가는데 항상 그대로인 그 공간을 바라보며
시간이 참 빠르게 흘러감을 느낀다.
매년 혹은 격년 간격으로 호두까기 인형을 관람하며 몇가지 버릇이 생겼다.
우선 발레 시작 전 오페라 극장 내부에 있는 리나스에서 커피랑 샌드위치를 먹고
올해도 같은 무용수가 드로셀마이어 역할을 맡는지 확인하고
작년 소품을 재활용하는지,
연출이 어떻게 변했는지,
팜플렛 뒤 부분의 후원자 명단이 어떻게 갱신됬는지(기억도 못할거면서) 본다.
이 정도니 호두까기인형 발레 음악들도 매우 익숙하게 느껴진다.
대중적으로 유명한 몇개 모음곡 뿐 아니라
중요하지 않은 부분에서 나오는 음악들 마저 들을 정도니.
(무소르그스키-전람회의 그림에서 프롬나드를 좋아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 볼 수 있겠다.)
그런데 작년까지만 해도 Pas de deux의 존재를 몰랐었다.
나름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을 두루 알고있다 생각했지만
우연히 이 곡을 들었을 때 너무 좋아서,
내가 아는 차이코프스키가 작곡하고 호두까기 인형에 쓰인 곡임을 알았을 때 매우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발레에서 발레리나, 발레리노 둘이 나와서 추는 춤을 일컬어 pas de deux(파드되)라고 한다.
(영어로 하면 step of two? 우리나라 발음으로는 파드드인데 왜 파드되라고 부르는지..?)
보통 고전 오페라, 발레극 등이 사랑을 주제로 하듯
pas de deux 역시 극 중 남녀 무용수가 서로의 사랑을 표현하는 단막이다.
그래서 발레곡마다 파드되가 존재하는데 나는 단연 호두까기 인형의 파드되가 좋다.
5분 남짓한 짧은 시간에
사람이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감정이 담겨있다.
아름다움. 애절. 슬픔. 희망. 기대. 사랑.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여러 기분이 음악을 듣는 내내 들었다.
어릴 때 부터 봐와서
이러한 성숙한 느낌을 그냥 지나쳤던 것은 아닌지.
그래서, 이제서야 이 곡을 받아들일 때가 되어서
며칠 내내 이 음악만 들었던 것은 아닌지.
그래서 작년에 처음으로
호두까기 인형을 관람하며 파드되가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하프의 선율로 시작하며 드디어 두 남녀가 파드되를 추기 시작할 때
감동과 함께 눈물이 나오려 했다.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감미로운 선율 아래 두 남녀가 춤을 추는 모습이
눈물겹게 아름다웠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과 단 둘이 이 장면을 보고싶었는데 님은 어디에..
연말에 누구와 호두까기 인형을 보러가든
인생에서 같은 박자로 파드되를 같이 춰가며 늙어갈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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