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혼자여행 9 - 에든버러 (리스, 라이언에어, 더블린 공항 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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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든버러에 2박 3일을 있었는데 1박 2일이면 충분할 것 같다.. 혼자왔다면은..

런던에 비해 규모도 작고 명소들도 옹기종기 모여있어서 짧은 시간내에 다 돌아볼 수 있다.

시간이 많이남아 칼튼힐에만 수차례 올라가고

마지막 날에도 할게 없어 바로 옆에 위치한 leith라는 도시를 갔다오기로 했다.

더블린행 비행기도 저녁이라 시간적 여유는 엄청 많았다.

 

체크아웃 날이라 짐을 게하에 맡겨두고 2~3km 남짓하는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리스까지 이어지는 길은 일직선으로 쭉 뻗어있었는데, 길 양 옆으로 온갖 건물들이 빽빽히 들어서 있었다.

강남에서 판교갈때도 녹지는 나오기 마련인데 여기는 그렇지 않았다.

 

리스는 작은 항구도시 였는데 모처럼 바다냄새도 맡고 유럽식 항만시설은 오랜만에 보기도 해서 초반엔 흥미로웠다.

근처에 페리 터미널과 쇼핑몰이 같이 있는 복합 컴플렉스가 있어 구경했다.

 

여기서만큼은 런던이나 에든버러에서 느꼈던것과는 다른 정서를 느꼈다.

약간 교외가 주는 인상이라고 할까?

낮은 인구밀도, 오래된 인프라 시설 등.

유럽에서 여러 도시를 여행할 때 들었던 느낌과 상당히 일치했다.

 

자세히 찾아보면 좋은 명소도 많겠지만 혼자 갔기에, 또 오전 시간이라 그런지 발 붙일데가 없었다.

그래서 벤치에 앉아 운하를 배경으로 구경을 하다가 다시 에든버러로 돌아갔다.

왕복만 거의 7km..

 

에든버러 첫 날 부터 슬리퍼로 걸어다니는데 슬슬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공항버스를 타기 전까지 쇼핑몰에서 옷 구경도 하고 먹을것도 좀 사며 시간을 보냈다.

신기하면서 짜증났던게 얘네는 거스름돈을 스코틀랜드 은행이 발행한 돈으로 주기도 한다.. 파운드랑 1대1로 교환해 준다고는 하지만

이걸 외부로 가져가면 가치가 0으로 수렴하기 때문에 쓸모가 없어진다. 어떻게든 에든버러 내에서 다 쓰고 가게 만들어버리는 수법..

 

그래서 계산을 할 때 최대한 거스름돈이 안생기게 고려해야 했다.

3일 연속으로 중국 음식을 먹은 뒤 시간이 흐를 기미가 안보이자 그냥 일찍 공항으로 출발하기로 했다.

 

기차역 앞에 10분인가 간격으로 출발하는 2층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언젠가 다시보자~

여행 시작 전, 영국에서 아일랜드로 넘어가는 루트를 많이 찾아봤다.

영국에서 출발할 수 있는 도시는 에든버러와 글래스고.

도착지는 벨파스트, 런던데리, 더블린 이정도?

모든 경우의 수를 따져 가격 검색을 해보니 글래스고에서 벨파스트인가 런던데리인가로 가는 비행기가 만원대로 가장 저렴했다.

하지만 에든버러에서 글래스고까지 버스타고 가는데 걸리는 시간과 돈, 그리고 북아일랜드에서 딱히 볼게 없었기 때문에

그냥 에든버러에서 더블린으로 곧장가는 비행기를 선택했다.

 

지금와서 생각하는데 에든버러에서 2박하는 대신 1박을 벨파스트에서 했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에든버러 공항

지역공항임에도 깔끔해 보였다.

내가 이번에 타게 될 항공은 라이언에어라는 아주 악명높은 항공사다.

칼같이 수화물 무게와 크기를 재고, 티켓을 프린트해가지 않으면 벌금을 매긴다는.

철저히 대비를 했음에도 긴장되기는 매한가지였다.

 

무사히 수화물 통과를 하고 영국에서 자주보이던 네로 커피를 마시며 기다렸다.

 

시간이 많이 남아 세이지 오자와가 지휘한 베를린 필의 거슈윈 피아노 협주곡 영상을 봤다. 피아노 연주는 재즈 밴드가 맡아서 한게 인상적..

뭔가 오케스트라 단원의 표정이 언짢아 보인 것은 기분탓일까?

 

마침내 시간이 다 되어 탑승 수속 절차를 밟았다.

그런데 종이티켓은 왠걸, 모두가 핸드폰으로 qr코드를 찍고 들어갔다.

나는 어플을 깔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모든 인원이 탑승할 때 까지 기다려야 했고

담당 직원이 사내 시스템을 직접 건드려 가면서 통과를 할 수 있었다.

돈 내라 할 줄 알았는데 아니여서 다행.

 

저가항공 답게 직접 걸어서 입장을 한다.

내가 알기로는 에든버러 공항의 마지막 비행 스케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라이언 에어는 공항이용료가 가장 싼 아침, 밤 위주로 항공편을 구성한다고 한다.(공군장교 친구 피셜)

또 사람들이 다 탑승하기가 무섭게 문을 닫고 잽싸게 출발한다.

내가 자리에 앉고나서 이륙까지 10분도 안걸렸던 것 같은.. 물론 다른 비행기와 스케줄이 겹치지 않아 그러려니 했는데

너무 일사천리로 진행된 기분.

 

이륙과정에서도 승객의 편의는 고려되지 않는다.

난생 처음으로 중력의 힘을 느낄 정도로 가파르게 이륙을 해서 잠시 머리가 아프기도 했다.

예전 러시아에서 착륙했을 때 박수를 친다는 것이 실감났다.

 

그래도 뭐 어쩌겠어.. 싼데 ㅎ

 

다행인 것은 에든버러와 더블린이 가까워 한 시간도 채 안 걸렸다.

화물기 디자인을 지향

도착후 출국 수속을 밟으며 표지판들을 보니 영어와 특이한 문자가 같이 표기되어 있었다.

알고보니 아일랜드의 고유 언어인 게일어의 문자였다.

여권에 도장찍어주는 검문원이 영어로 말을 하는데, 아 이게 아일랜드식 영어라는게 바로 느껴졌다.

영국식 발음과는 전혀 다름.

그래서 간단한 질문이었음에도 잘 못알아들어 pardon이라고 하며 다시 말해달라고 했다.

그럼에도 매우 친절하게 다시 얘기를 해주었다.

 

그렇게 아일랜드에 대해 따뜻한 인상을 가지고 밖으로 나오니 밤 11시가 다 되어 있었다.

더블린 시내에 도착하면 12시가량 되고 이렇게 되면 숙박비가 아까워지기 때문에

사전에 계획한 것 처럼 공항에서의 노숙을 감행하기로 했다.

 

가장 명소는 공항 내 위치한 맥도날드라고 했다. 24시간 운영에 누울 수 있는 공간도 있어

많은 한국인 여행객들이 추천을 해주는 곳.

 

주변 테이블을 보니 음식을 시키지 않고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나는 양심상 6유로짜리 단품(영국보다 비싸다) 햄버거를 시키고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누울려해도 의자가 짧아 다리는 땅에 내리고 누워야 했다. 이렇게 되면 발에 피가쏠려 절대로 편하게 잠을 못잔다..

결국 옆으로 몸을 틀고 구부려 짧은 의자에 몸을 적응시켰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직원이 와서 청소해야 한다고 나와달라고 했다.

 

 

새벽 두시 경 결국 밖으로 나와 누울 만한 곳을 찾아 봤다. 하지만 이미 각국에서 온 여행자들이 명당자리를 꿰차고 있었고

배낭여행객들 답게 침낭까지 펴서 잠을 자고 있었다.

 

나는 구석에 가서 한국에서 챙겨간 신문지를 깔고 그 위에 누워서 잤다.

자다가 너무 추워서 온갖 옷가지를 껴입고 했지만, 신문지를 뚫고 올라오는 냉기도 만만치 않았다.

게다가 도난에 취약한 외국이기 때문에 귀중품에도 신경을 써야하는 등 잠을 제대로 잘 수 가 없다..ㅠㅠ

 

늦게 들어가더라도 숙소 예약을 하는 것이 무조건 낫다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결국 네시까지 어떻게든 버틴다음 이렇게는 안되겠다 싶어 주변을 돌아다녔다.

가게들 대부분이 문을 닫은 상태였지만 대합실(?)에서 24시간 하는 네로 커피집을 찾을 수 있었고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추위를 녹였다.

8월인데도 추위를 걱정해야 하는게 아이러니일 정도...

 

시간이 흐르자 비행기들이 속속 도착하기 시작했나 본지 사람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재회한듯 마중나온 사람들과 기쁘게 포옹하는 사람들을 보며

사람 사는 것은 어딜가나 똑같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네로 광고 아닌데 계속 나오네..

그렇게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아일랜드와의 첫 만남을 기대했다.

한국에서는 생소한 아일랜드.

유럽 여행에서도 아일랜드는 코스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진정한 기네스 애호가나 문학에 관심이 있지 않은 이상 이 쪽으로 여행을 가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다.

 

나는 오스카 와일드나 제임스 조이스 같은 아일랜드 문학을 좋아하지 않고 심지어 맥주도 잘 안마신다.

그럼에도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에 간다는 설레임으로 아일랜드 여행을 계획한 것 같다.

낮은 법인세로 글로벌 기업의 유럽 본사가 위치한 아일랜드.

영국에 오랫동안 지배받고 가난하게 살아와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와 비슷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아일랜드.

어렸을 적 아일랜드의 독립영웅 마이클콜린스를 다룬 만화를 보며 처음으로 관심을 가지게 된 아일랜드.

미국에 자리잡은 아일랜드인들의 비화.

코다라인, 유투, 패신저스 등 세계적인 가수들의 고향.

 

그동안 살아오며 접해왔던 아일랜드에 관한 모든 것들을 떠올리며 더블린 시내로 갈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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