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M 지연과 보상, 코셔 기내식 (20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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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에 9일 여정의 이태리~북유럽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주 60시간 근무를 2주간 했다.. 
그 덕(?)에 3월까지 반드시 써야하는 휴가가 몇일 생겨버렸따! 망할 뮤렉스
그래서 시간이 날 때마다 스카이스캐너를 살펴보며 가장 리저너블한 장소를 찾았다.
 
그러다가 런던in - 코펜하겐out이 84만원에, 그것도 이상한 중국, 중동 항공사가 아닌 KLM에서 떴다.
항공권 가격으로 110~140사이를 생각하던 나에게 저 옵션은 재고할 필요가 없는, 반드시 가야하는 기회였고
평범한 히드로가 아닌 런던시티공항(LCY)로 가는 일정이었기에 더 기대되었다.
 
물론 암스테르담에서 55분 경유가 상당한 난이도를 요구하지만
혹여 놓치더라도 항공사 측에서 다음 항공편으로 연결을 해주므로 큰 문제가 되진 않는다.
 

55분 경유

 
그리하여 런던 1일, 코펜하겐 2일 총 3박 5일 여정을 계획.
 
그런데 출발 당일날 사건이 터져버렸으니
체크인 몇시간 전에 

환승시간 마이너스 실화?

이렇게 지연이 되었다!
 
 
계획대로라면 3월 9일 런던에 오전 8시에 도착해서
소호 거리에 가서 스콘과 차를 먹고
점심에는 고든램지 식당에서 비프 웰링턴을,
오후 낮엔 빅토리아 극장에서 해밀턴을 보고 저녁엔 오페라의 유령을 보는 것이었는데
이 모든게 백지화될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
 
 

시시각각 알아서 스케줄을 변경한 뒤 통보해준다 ㅎㅎ
 
암스테르담 -> 런던시티공항 타임테이블은
 
1. 오전 7시
2. 오전 8시 5분 (내가 타야하는 거)
3. 오후 낮
 
이었는데 지연으로 인해 영락없이 오후 비행기를 타야했다.
이렇게 되면 제 시간에 해밀턴을 볼 수 없기에 탑승게이트에서 담당직원과 쇼부를 봤다.
 

나 : 암스테르담햍 대한항공(같은 스카이팀 소속)은 12시 반 출발 예정인데 이거로 변경해주면 안되는지?
직원 : 해당 항공편이 결항이 아니라 지연이라서 안됨~
나 : 그럼.. 런던시티행 다음 스케줄이 오후라서 내 일정에 큰 차질이 생겨. 런던 내 다른 공항인 히드로나 개트윅으로 가는거로 바꿔줄려?
직원 : 암스테르담 -> 히드로가 오전 10시 20분에 있는데 이거 ㄱㅊ?
나 : ㅇㅇ
직원 : 근데 오전 10시도 촉박할듯 ㅋㅋ
나 : 놓치면 스키폴에서 또 바꾸든지 할게
직원 : ㅇㅇ

 
혹시 몰라 KLM과 연락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왓츠앱, 아이폰 메신져 등등.. 한국 고객센터는 새벽이라 문을 닫았기에 미국 지점과 컨택해서 어떻게든 방법을 찾고자했다.
위기의 순간 뭐라도 시도하며 고군분투하는 내 자신 칭찬해~
 
긴박한 상황이라 당시의 더딘 속도에 속터졌지만 돌이켜보면 나름 컨택과 대처는 원활히 되었다.
 

한바탕 휩쓸고 지나갔다.

나 뿐만 아니라 이번 비행기에 같이 타는 승객들,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지연된 건을 처리하는 KLM의 노하우는 얼마나 대단할까?
그 복잡한 스키폴 공항을 쓰면서도 55분 짜리 경유편을 버젓이 파는 자신감이란! ㅋㅋ
 
 
본의아니게 대기시간이 생기자 내부를 돌아다녔는데 역시나 새벽 공항에서 할 수 있는건 1도 없다.
 

 
텅빈 새벽 공항.
이런 경험을 자주할 수 없기에 
지루하고 할 건 없지만 특별하다.
두바이는 이 시간 때도 북적북적하다.
 
 

히드로행 10:20am 뱅기를 탈 수 있길 희망하며 탑승했다.
(하지만 30분 또 지연됨..)
 

Kosher 코셔

회사 사수의 추천을 받아 처음 시도해본 특별식.
KLM은 다양한 특별식을 제공한다. 비건, 할랄, 코셔, 자이나교도, 글루텐프리 등등..
승객의 요청이 있을 경우 저 메뉴들을 준비해야하는게 국제 항공규정이라고 한다.
그 중 단가가 가장 비싼게 코셔라고 하는데
예전에 이스라엘에 갔을 때 먹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궁금하기도 했고
할랄도 좋아하기에 코셔도 비슷하겠거니 싶었다.
 
특별식이 좋은 점은 일반 기내식보다 먼저 준다는 것. 
맛은 보장할 수가 없다.
 
아니나 다를까,
기내식에 앞서 음료수 나눠주는 타임에
외국인 승무원 누나가 나에게 오더니
1. 코셔식을 주고
2. 어떤 메뉴인지 설명을 해준 다음
3. 내가 직접 포장을 뜯게하고
4. 메인 디쉬를 갤리로 다시 가져가 데운 뒤
5. 다시 갖다 준다...
 
이 절차가 코셔를 먹을 때 꼭 필요한 거라고;;
속으로 얼마나 귀찮았을까 ㅋㅋㅋㅋㅋ 중동사람 비스무리 생겼으면 모를까 ㅋㅋ
 
약간 무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느낌이엇는데
그냥 그 상황을 즐겼다.
 
맛은 크게 나쁘지않아 다 먹었다.
 
 
 

유럽갈 때 원래 러시아 상공을 지나가지만 전쟁으로 인해 이렇게 중앙아시아와 흑해를 끼고 우회한다.
그래서 암스테르담까지 14시간 비행.. 아마 내 인생에서 가장 길었던 탑승시간이지 않을까?
 
 
스키폴에 랜딩하고 보니 오전 10시 10분이었다.
내가 타기로 한 히드로행은 이미 탑승 마감했을 터.
하 이놈의 지연..
 
 

환승을 기다리는 승객들

다만 영국은 EU를 탈퇴했으므로 환승 시 여타 EU국가와는 달리 여권검사가 필요없어
짐검사만 통과하면 되기에 시간이 덜 소요된다.
30분만 빨리 도착했어도 ㅂㄷㅂㄷ.. ㅜㅜ
 
제대로 늦은김에 맘편히 오후 1시 출발하는 히드로행으로 변경하고
항공사 측에 청구하겠다는 심정으로 공항 내에서 막 사먹었다 ㅋㅋ

튤립국 아니랄까봐~

 

2만원

스키폴은 유럽에서 가장 많이 가본 공항인데
진짜 KLM과 더불어 실용성에 모든 것을 투자한 느낌이었다ㅋㅋ
실속있고 편리한데 여유는 안느껴지는?
그게 오늘 날의 유럽을 이끌어가는 트렌드인거 같다.
 
그리고 델타 항공이 많이 보여서 의외..
같은 스카이팀이라 KLM이랑 코드쉐어해서 갖다쓰나 보다.
 
 
런던과 워낙 가깝다보니 소형기를 타게됬는데
신기하게 보잉이나 에어버스가 아닌 Embraer라는 브라질회사에서 만든 기종이었다.

지연맛집

 
히드로행 비행기도 지연되어 (ㅋㅋ)
결국 히드로에 두시 반에 도착했다.
뮤지컬 관람의 꿈은 깔끔히 포기하기로 함.
그래.. 해밀턴은 뉴욕이 본고장이니 브로드웨이에서 보자..

flight to London

 
 
 
 

지연 결산..

 
결국 8시가 아닌 두시반에 도착하면서 6시간 가량 늦어지게 되었고
여행이 끝나 한국에 도착하는대로 KLM 공홈에 보상 신청을 했다.
 
내가 신청한 항목은
1. 공항에서 먹은 밥값 21유로
2. 뮤지컬 티켓 25 파운드
였고 각각에 대한 영수증을 같이 첨부해서 업로드했다.
제발 하나라도 보상해주길 바라는 심정에서.
 
그리고 생각보다 빨리 답장이 왔는데...
두근두근 메일을 열어보니

번역 퀄리티가 상당히 높다.

??!!
뱅기값 돌려받은 느낌ㅎㅎ
이쯤되니 뮤지컬 비용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KLM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도 남을 금액 :)
 

그리고 3월 말에 들어왔다.
(여행자보험을 들었으면 추가로 더 받을 수 있었는데 안들어서 못받음)
 
이로써 지연 때문에 받았던 마음고생과 스트레스가 해소되었는데
과연 그 해소의 마지노선은 얼마일까 생각하게된다.
 
누군가는 저 금액을 받고도 비행기 지연으로 무언가를 못하게 됨으로써 오는 상실감이 더 크기에 만족하지 못할 것이다.
저런 금액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더 나은 처우를 바랄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선 얼마나 더 위대해지고 뛰어나야 되는지 생각을 해보았다.
 
나라에서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그 보상의 적정성으로 시끌시끌하다.
어떤 존엄과 숭고한 가치를 위해 보상도 마다하고 싸울 수 있을까.
아니면 적당히 챙긴 뒤 함구하며 살아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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