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여행기 (20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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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덕분에 8, 9월에 주 52시간 넘게 일을 해야 했으므로 

10월 예정 근무시간을 미리 사용하는 방식으로 법적 최대 허용치인 주 60시간 씩 회사에 있었다. 

다행히 땡겨 쓴 만큼 총 6일(48시간)의 휴가가 생겼지만

실상은 계속해서 바빴으므로(지금까지도 ㅠㅠ) 실제로 4일 정도만 사용할 수 있었고

결국 한글날 대체공휴일을 이용해 금토일월화를 쉬게되었다.

 

이번에도 회사 모두에게 비밀로 하고 목요일 밤비행기를 선택했다.

여행객은 전보다 늘은게 체감되었지만 항공편의 공급은 더디고 높은 유가로 인해 여전히 비행기 값은 비쌌다.

하지만 이를 해결해주는 항공사가 있었으니 바로 사우디아 항공 Saudia Air

 

긴 경유시간이 발목을 잡긴 했지만 타 항공사 대비 30%는 저렴한 가격이었기에 상당히 매력적이었고

이 때가 아니면 또 언제 사우디아라비아를 가보겠냐며 결국 선택하게 되었다.

그 때 기준으로 파리 in/out이 99만원 이었으니 거의 생태계 교란종 ㅋㅋ

나는 런던 아웃이라 조금 더 비쌌다.

 

당일 날 오후 반반차였기에 네시에 회사를 나와 집에 들른 뒤

여유있게 공항으로 출발했다.

 

 

보잉 787
기도실. 컨셉에 충실하다.

 

먼저 리야드에 도착한 뒤 내리지 않고 40분정도 있다가 제다로 출발하는 신기한 스케줄이었기에

나는 제다에 이르러서야 비행기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리야드에서는 현지인들이 주로 내렸다.

 

옆에 앉은 친구는 모로코 사람이었는데 

한국에서 통역일을 하는 중이고 코로나땜에 3년간 고향에 가지 못하다가

이번에 드디어 간다고 좋아했다. 

되게 어리고 순해보였는데 내가 아는 모로코의 모든 지식들,

해방촌의 카사블랑카(이미 잘 알고있어서 신기..), 탕헤르, 마라케시 등등 얘기를 했고

예전 교환학생 친구가 모로코계 더치라고 알려줬다.

어떻게든 연결점을 찾으려는 시도는 이번에도 성공~

 

도착했지만 끝이 아닌

 

 

거의 11시간 동안 비행기에 갇혀있다가 다음 탑승편까지 5시간 정도 텀이 생겼다.

새벽이라 그런지 공항직원은 아무도 없었는데 면세점은 오픈되어 있어(?)

눈치보지않고 시향했다.

 

엄청 비싼 프레데릭말의 중동에디션 향수 / 시향 결과

생각보다 5시간이 길어서

가져간 책을 좀 읽었는데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시간이 잘 안갔다.

그래도 군대에서 국방부의 시계는 갔듯

사우디의 시계도 어찌저찌 가서 파리행 비행기에 탑승!

 

서울에서 같이 제다까지 온 사람들 대부분은 성지순례객이었다.

대부분이 교회 아줌마들ㅋㅋ.. 역시나 정겨우면서 소란스러웠다.

파리로 향하는 한국인은 정말 소수였고 누가봐도 대학생 애들이었다.

그만큼 시간으로 돈을 바꾸는 행위였는데 이젠 진짜 직항만 타는걸로.

 

파리행 탑승객이 너무 없어서 혼자 3인석을 차지해 누워서 갔다. 

이럴거면 반값으로 판매했어도 되지 않았을까. 

 

승무원 누나가 주전자로 특이한 음료를 따라주고 있었는데

주로 중동인들만 마시는게 보였다.

신기해서 물어보니 사우디 커피라고.. 먹어본적 있냐, 없으면 시도해보지 않겠느냐라고 해서

바로  예스했다.

 

받아보니 익숙한 커피가 아닌 처음보는 색이었고

맛 역시 처음 먹어보는 맛이었다.

약간 화하고 향신료 향이 강한것이 커피 원두로 만들어지지 않았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말린 대추야자도 줬는데 (나만 2개줘서 좋았다)

달고 맛있었다.

말린 대추야자와 사우디 커피. 둘 다 처음 먹어보는 맛인데 신기했다.
배고파서 기내식 두 개 클리어ㅎㅎ 새우와 강황향의 밥

파리까지는 총 6시간이 소요됬다.

사우디를 벗어나려는 쯤에 지도를 보니 시나이 반도 근처에 NEOM PROJECT라는 구역이 표기되어 있었다.

이슬람스럽지 않은 모던한 이름이 붙었나 싶었는데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 네옴시티에 관해 뉴스로 접하게 되며 이게 그거였구나 싶었다.

 

아무튼, 경유를 할 때 마다 느끼는 거지만

목적지가 파리임에도 아직까지 유럽에 대한 기대감을 느끼게 해줄만한 걸 만나보지 못했다.

그도 그럴것이 중동향 강한 기내 음식에 경유할 때도 중동인들이 주로 뿌리는 강한 향수냄새,

그리고 얘네는 비행기가 이륙할 때마다 이슬람식 축복기도를 기내방송으로 틀어준다.

방송톤도 중저음의 남자이고 알라후 아크바르를 연신 외쳐대니 썩 유쾌하진 않다. 문화차이겠지..?

 

그럼에도 유럽상공에 진입하고 익숙한 지명들이 나타나자

조금씩 실감했다.

 

아, 나 유럽가는거였지!

 

게다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도시인 파리까지 세 시간 남짓 남았다고 했을  때

들뜬 나머지 시간이 너무 느리게 갔다.

내 최애 여행지 스플리트

예전에 두브로브니크에서 이지젯을 타고 파리에 갔던 기억을 떠올리며 

이제 진짜 곧 있으면 도착하겠구나 하며 좋아라 했다.

 

 

생각해보면 파리만 벌써 n회차 이지만 

샤를 드 골 공항으로 IN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어렸을 적 처음 파리를 갔을 땐 런던을 통해서 갔었고

역시 어렸을 때 스페인에 갔을 때 CDG를 그냥 경유만 했었다.

그 외에는 전부 오를리를 통해서 파리에 갔기에 이번엔 설레면서도 낯선 감정이 들었다.

 

 

내리자마자 바로 RER을 타고 chatelet les halles (샤틀레 레잘?) 역으로 갔다.

생각해보니 기초프랑스어를 배우고 간 첫 파리여서 

프랑스어를 시도해볼까 했지만 막상 면전에 현지인을 마주하니 영어가 나왔다 ㅎㅎ..

 

숙소는 비싸지만 일부러 1구에 잡아서 최대한 이동시간을 줄이고자 했다.

호텔 체크인할 때 주인이 일본어로 인사하자 장난기가 생겨

와따시와 캉코꾸찡이라고 답했다.

그러더니 내 뒤에 LA에서 왔다고 밝힌 미국인은 나보고 니혼진데스까 이러면서 아는체 했는데,

난 서울에서 온 코리안이다, LA에 코리아타운 아냐고 하니 서로 엄청 웃었다 ㅋㅋㅋ

 

짐을 풀고 24시간만에 샤워를 한 뒤 

가벼워진 마음으로 밖에 돌아다녔다.

 

건물의 색과 각도가 파리임을 말해준다
방돔광장

1구가 아마 파리에서 지대가 가장 비싼 곳일 것이다.

Saint-Honoré 거리를 따라 즐비한 명품샵, 그 근처에 위치한 유서깊은 호텔들.

루브르박물관과 튈르리 공원과의 접근성이 매우 높다.

 

나는 예전부터 가보고 싶던 호텔 코스테에 들어갔다.

예전에는 학생때라 드레스코드도 준비 못했고 엄두를 못냈었는데

이번엔 차려입고 나름 라운지바의 대명사인 호텔 코스테에 발을 들였다.

내부는 이태리식 디자인?이다

국내의 레스케이프 호텔이 이 곳을 많이 참고했다고 한다.

엄청난 화장실

메뉴를 보니 너무  비싸서 그냥 앉아있다가 나왔다 ㅎㅎ

 

화장실에서 나오다가 호텔 로비로 잘못들어갔는데

5성급 호텔 체인에서는 볼 수 없는 아우라가 바로 느껴졌다.

1박에 80이상이니 그러려니 했다.

 

신혼여행이면 도전해볼수 있는 가격?
방돔광장
리츠호텔

방돔광장에 와서 또 발도장을  찍은 뒤

쉽게 가늠하기 어려운 세계적인 부호들의 인상을 흘끗 보고 간다.

 

부부로 보이지 않는 커플이 저기 2층 발코니에서 나와 광장을 바라보며 셀카를 찍는데

내 안의 괜한 자격지심이 발동하여 엄청난 우월감이 그들을 감싸는 것처럼 보였다.

남자는 금융계에서 잘나가는 미국인 같았고

여자는 멜라니아 트럼프같이 동유럽계 슈퍼모델과 같은 인상이었다.

 

방돔광장에 위치한 JP모건

 

방돔에서 걸어나와 이제 파리 시내를 돌아다녔다.

오르셰에서는 뭉크의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중

셰익스피어 북스 컴퍼니까지 찍고 다시 돌아왔다.

유랑에서 구한 동행을 에펠탑 근처 식당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어서 걸음을 서둘러야 했다.

쁘띠팔레 근처 제프쿤스 작품?

 

건물 사이사이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에펠탑이 뭔가 더 아름답고

내가 파리에 있음을 더 잘 느끼게 해주는 것 같다.

 

생각보다 한국인이 적어서 놀랐는데

대학생들 시험기간일 때에 온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동행들도 전부 직장인이었는데 그래서였는지 오히려 얘기가 더 잘 통했던 것 같다.

저녁을 먹고난 뒤 

이번에도 마르스 광장에서 제일 가까운 까르푸 익스프레스에서 와인과 과자를 사서

얘기를 나눴다.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호객행위는 성가시고 축축한 바닥으로 바지가 젖을까 조마조마했지만

여행지에서 느끼는 감흥과 얼마 남지않은 여행의 조급함이 그런 사소한 불편함을 눈감게 해주었다.

 

대마초 향이 엄청 많이 났는데

이동 중에 약에 취한거로 추정되는 사람이 내 목덜미를 잡길래

바로 쳐낸 뒤 갈 길을 갔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는데 생각해 보니 너무 의연히 대처한 것 같아서..

오히려 주변 동행 분들이 놀라서 걱정을 해줬다.

 

거의 새벽 한 시가 다되어 파한 뒤

혼자서 숙소까지 걸어갔다.

위험할 수도 있는데

음... 그냥 갔다.

 

 

팔레 드 도쿄 근처
렌즈 좀 닦고 찍자..

저 멀리 개선문이 보여 사진을 찍는데

저기 전동킥보드에 탄 두명이 나한테 곤니찌와라고 외치며 달려오고 있었다.

내가 먼저 손을 뻗어 자세를 취했고

다행히? 하이파이브를 짝 치고 지나갔다.

동영상이 없어서 아쉽다 ㅜ

서거한 엘리자베스2세의 그림

새벽 두시 경이 되자 길거리는 조용했고

나 역시 호텔에 들어가 아쉬움을 뒤로하고 잤다.

 

거의 네시간 잤나..

다음날 일찍 일어나 잠에서 덜 깬 파리를 돌아다녔다.

9월 4일이 무슨날인가??

찾아보니 제3공화국이 시작한 날인 1904년 9월 4일을 기념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갤러리 비비엔느
내 파리 비밀 스팟
아침인데 벌써부터 줄서있는 부지런한 사람들
튈르리 공원 분수

아침에 바쁘게 돌아다니고

튈르리 공원에 있는 의자에 앉아 분수를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후 시간이 되자 오페라 가르니에로 가서

정말 보고싶었던 샤갈의 천장화를 보러갔다.

 

오페라극장은 19세기에 지어졌음에도

실내 디자인이 호화스러움의 극치여서 얼핏보면 르네상스 시기를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이러한 고풍스러운 실내에 

바티칸의 미켈란젤로식 천장화가 아닌

20세기 샤갈의 화풍을 선택한 당시 결정권자들이 대단했다.

 

 

'꿈의 꽃다발'이라는 제목의 천장화.

사진으로 봤을 때

정말 샤갈스럽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렇게 거대한 프로젝트를 맡으면 자신의 뜻을 양보할 수도 있는데

샤갈은 이 거대한 원형 도화지에 자신의 꿈을 거침없이 그려나갔다.

 

그래서 이 작품을 실제로 대면했을 때

우선 사이즈에 압도되었고

그림이 주변과 이질적으로 느껴져 그 현장이 정말 꿈처럼 느껴졌다.

또한 미술관에서 샤갈의 작품을 본다는 인상을 받아 더 좋았다.

 

 

천장화에는 각각의 발레극과 오페라의 한 대목이 묘사되어 있다.

요즘같이 다시보기 기능을 제공하는 매체가 없던 시절이었기에

샤갈은 예전에 자신이 얼핏보았던 무대와 상상력에 의존해 그려야 했을 것이다.

그랬기에 더 환상적인 작품이 나온 건 아닐지.

 

 

점심을 먹기위해 몽마르뜨 근처로 향했다. 

걸어서..

 

쁘랭땅 백화점을 지나

피갈거리에 도착.

프랑스 음식은 별로 안좋아하는데

저 에스까르고에 빵찍어 먹는 것과 본매로우는 계속 생각이 나서

어김없이 찾았다.

 

식사로 스테이크를 시켰는데

정말 너무 맛이 없어서 혼났다ㅋㅋ

 

 

그리웠던 파리 메트로
파리 디즈니랜드 30주년

 

이제 짐을 싸들고 Gare du Nord(북역)으로 가 런던행 유로스타를 타야했다.

비행기로 가는게 가장 경제적이지만 공항까지의 이동 및 수속시간도 있어서 기차를 이용하기로 했다.

도심에서 도심으로 이어주는게 생각보다 큰 메리트였기에.

그런데 거의 편도 20만원.. 일찍 예매하지 못한 댓가였다.

혹시 몰라 일찍 갔는데

미확인 물건이 발견되어 한 시간 가량 지연이 되었다.

총을 든 프랑스 군인 및 경찰들이 등장하길래 

액션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렸지만 다행히 잘 무마되었다.

그렇게 뒤늦게 런던으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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