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둘은 파국으로 치달아야만 했나.
서로 다른 두 세계가 만나
서로의 결점을 이해하고 보듬어주며
새로운 출발을 해야하는데
무엇 때문에 그들은
신혼여행 당일날 갈라선 것일까.
연애 도중에는 큰 문제가 없어보였다.
남자 주인공의, 어떻게 보면 가장 큰 결점인
정신 이상의 어머니도 여자 주인공이 먼저 살갑게 다가가며
어두웠던 남자 주인공 집안 분위기를 밝게 해준다.
여자 주인공은 겉으로 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어릴 적 트라우마로 비롯된 성관계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그래도 여자는 남자를 무척 사랑하기 때문에
그 공포를 극복하려 섹스에 대한 책도 읽어보고
신부에게 조언을 구하는 시도도 해보지만
속 시원한 답을 얻지 못한채 결혼을 하고
신혼여행을 떠난다.
자갈밭 해변의 체실 비치.
연인 때 처럼 나란히 걸으며
가벼운 대화를 나누고
호텔로 향한다.
별볼일 없는 식사도,
형편없는 웨이터의 대접도,
남자 주인공의 미숙한 손놀림도
전혀 문제가 아니었을 것이다.
여자는 용기를 내어 스타킹을 벗고
시덥잖은 말을 해달라며 두려움을 가라앉혀 보지만,
그녀는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한다.
연인 시절 한 번도 싸우지 않았던 그들은
결혼식 당일 날 처음 삐걱거리게 되었고
그들은 다시 체실 비치에 있다.
나란히가 아닌 등을 마주하고.
여자의 결점을 그제서야 알게 된 남자는
성급히 화를 내며 마음을 굳게 닫는다.
여자는 남자를 진심으로 사랑해서 무리한 조건도 내걸지만
급변한 남자의 태도를 보고 이내 단념한다.
둘은 서로를 등지고
그렇게 멀어져간다.
시간이 흐르고,
남자는 그녀가 같은 사중주단 소속의 단원과 결혼을 하여
슬하에 자녀를 두고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오로지 그를 위해 성공해서 멋진 콘서트홀에서 공연을 하겠다고 맹세한 그녀의 꿈은
목적을 상실한 채 이루어졌고
백발의 노인이 된 그는 연인 시절 약속했던 그 좌석에서
그녀가 아름답게 연주를 하는 모습을 보며
눈물을 훔친다.
그는
다른 남자에게 섹스를 허용한 그녀에 대한 분노보다는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해준 그녀를 좀 더 이해하지 못했다는
후회로 가득 찼기 때문에 울었던 것이 아닐까.
자신이 꿈꾸던 이상이 당장에 이루어지지 않자
매몰차게 그녀를 몰아붙인 자신에 대한 반성과 함께.
체실 비치의 자갈 들은 계속해서 파도와 부딪혀
언젠가는 작은 모래알로 바뀔 것이다.
그가 시간을 두고 그를 진심으로 사랑해주는 그녀와 함께했다면
그도, 그녀도 서서히 변해
그가 뚫어지도록 바라봤던 그녀의 어린 딸이
그의 딸이 되었을텐데.
오랜만에 CGV아트하우스에서 영화를 본건데
괜찮은 작품을 만난 것 같아서 좋았다.
음악도, 영상미도 훌륭했다.
앞으로 많이 애용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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