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두시 비행기였기 때문에
오전이라도 바쁘게 돌아다녀야 했다.
비즈니스 호텔인 THON HOTEL. 스칸딕과 비슷하거나 더 저렴한 포지션인것 같다.
조식포함 옵션인데다가 가격도 저렴해서 예약했는데
생각보다 조식이 잘나와서 이것저것 먹은 뒤 밖으로 나갔다.
8시였는데 역시 아직도 어두운 북유럽의 겨울
저기가 아마 왕궁이었나?
영국왕실에 비하면 북유럽의 왕궁들은 소박하다.
대신 주변에 시민들이 산책할 수 있는 공원이 잘 꾸며져있다.
보초를 선 군인이 있었는데 여성이었다.
유럽에서 모던한 건물에 위치한 종교시설은 처음 보는 것 같아서 사진 찍음.
어제 헛발걸음을 한 푸글렌 카페로 걸어갔다.
푸글렌은 노르웨이어로 새를 뜻한다.
아직 영업 전이었는데 내부는 서린 김 때문에 잘 안보였다.
내가 추워보였는지 다행히 오픈 2분전에 문을 열어주었고 직원 홀로 분주히 돌아다니며 준비하고 있었다.
테이블마다 돌아다니며 촛불을 밝히는 중ㅋㅋㅋ
안으로 들어가니 구석에서 흘러나오는 재즈가 실내 분위기를 한층 더 따뜻하게 해주었다.
검색해보니 국내에서는 도쿄, 후쿠오카에 있는 지점이 더 유명한거 같다.
산미가 강한 커피가 특징이라는 푸글렌!
뻔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커피 & 시나몬 조합..
흘러나오는 노래들이 Ella Fitzerald & Louis Armstrong 듀엣 앨범 수록곡들이었다.
그래서 카페를 나서기 전 직원에게 혹시 직접 음악을 선정하냐 물어보니까
걍 플레이리스트 아무거나 튼거라 했다.
마치 현대미술 전시에서 누가 실수로 떨어트린 물건을 작품으로 착각하는 것처럼
무심코 흘러나온 재즈가 실내 분위기와 찰떡이었다.
요새 개인카페에 가서 음악이 괜찮다 싶으면 주인에게 물어보는 취미가 생겼는데
그럴 때 마다 돌아오는 답은 십중팔구 큰 의미가 없었다.
자신의 가치관을 나타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카페 운영이라고 생각하는데
가령 어떤 음악을 트는지, 어떤 가구를 어떻게 배치하는지, 어떤 인테리어를 할 것인지 등등.(정작 커피 자체에 대한 얘기는 없다 ㅋㅋ)
물론 장사를 한다는 것이 소비자에게 최대한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을 선택할 때 유리하긴 하다만..
아니면 주인들도 처음에 자신이 하고싶은 방향으로 나아가다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흐트러진 것일 수도 있겠다.
처음에 굳은 목표로 힘차게 나아갔다가 방향을 잃어 방황하는 인생마냥..
포스터에 OSLO, TOKYO, NEW YORK 이렇게 되어있길래
어디어디에 브랜치가 있냐고 물어보니 뉴욕에는 없다고 한다.(?왜 적혀있는겨?)
그래서 내가 서울에 오픈하면 정말 잘 될 것 같다고 얘기해주었다.
수 없이 포스팅된 도쿄 푸글렌 포스팅들만 보더라도..
아무튼.. 노르웨이 커피, 그것도 오슬로가 본점인 카페가 저 먼 동아시아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는게 신기했다.
일본은 커피 강국인데다가 관련해서 역사도 길고 다양한 카페 역시 많은데
이렇게 해외의 작은 카페를 받아들일 여유가 아직도 있나보다.
생각해보니 세계 곳곳에 브랜치를 많이 안내는 이유가
본인들이 세운 가치와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해서가 아닐까했다.
믿고 맏길만한 곳이 나타났을 때 비로소 승인을 하는 건 아닐지.
시민들의 공간이 도시 곳곳 넉넉하게 마련되어 있다.
오슬로 국립 박물관이 10시 오픈할 때까지
주변을 배회했다.
근처에 Aker Brygge라는 쇼핑몰이 있었는데
추위도 피할 겸 구경을 했다.
아침이라 사람이 많이 없었다.
잘 꾸며지고 깔끔 그 자체.
건물 상층부는 오피스였다.
많이 생소한 브랜드인데 찾아보니까 엄청 비싼 프랑스 스키복 브랜드였다.
시간이 다되어 국립 미술관 입장~
심플하면서도 위엄이 느껴지는 건물이다.
매표소 직원이 혹시 specific하게 보고싶은 작품이 있냐고 물어봐서 뭉크라고 대답하니
2층의 60번대 룸에 뭉크가 있다고 알려주었다.
마침 시간도 촉박했기에 1층에 있는 노르웨이 민속, 의상관련 전시는 전부 생략하고
2층부터 둘러보기 시작했다.
노르웨이 출신 화가의 그림들로 시작했다가
점점 익숙한 화가의 이름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드디어 뭉크 작품만 모아놓은 방이 나왔다.
전 날 뭉크미술관에서 봤던 것과 비슷한 그림들이 있었다.
아마 한 작품을 여러번에 걸쳐 그린거 같은데
아무도 없는 한적한 분위기에서 관람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유럽 어느 곳을 가도,
심지어 런던, 파리에서 꽤 멀리 떨어진 오슬로에서도
이렇게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가들의 그림이 존재한다.
한 룸은 북유럽 전설과 관련한 그림들을 모아놓았다.
저 산 밑에 궁전이 있는걸 상상하며 그렸다는데
반지의 제왕 느낌이 나면서도
옛날 사람들은 트롬쇠에서 보이던 것 처럼
저 멀리 보이던 산등성이를 바라보며 저런 상상을 했겠거니 싶었다.
그리그의 페르귄트가 저런 이미지 속에서 탄생되었으려나?
아름다우면서도 고독하고 슬퍼보이고.
2층 절반은 현대미술이어서
글쿤하면서 봤다.
시간이 없어서 너무 아쉬웠는데
정말 신경써서 작품 구성을 한 곳이었다.
가족 단위로 와도 좋고
비싼게 흠이지만..
각종 노벨평화상의 수상소감? 명언?이 적혀있다.
눈이 많이와서 그런지
공항 오고갈 때 마다 10분 넘게 지연이 되었다.
너무 친숙해져버린 가르데모엔 공항..
나무가 많이 쓰여 아늑하고 따뜻한 인상을 받았다.
사람도 많이 없어 일사천리로 출국 수속 끝.
체크인 할 때 한국 입장 시 무슨 qcode가 필요하다고 하길래
필수가 아니라고 설명해줬다.
남은 노르웨이돈을 소진해야했는데
마땅히 쓸 데가 없어서 어김없이 핫도그, 제로콜라를 먹고
결국 3만원 가량을 남겼다..ㅜ
기상악화로 인해 비행기도 지연..!
비행기 날개에 부동액을 뿌리는 과정이라 한다.
이런 경험은 또 처음이네
오슬로는 사람도 많이 없고
유럽에서 심각하다는 난민 문제에서 빗겨간 느낌이었다.
높은 물가는 차치하더라도 상당히 살기 좋아보이던..
너무 잠깐 북유럽의 흑야를 경험해서 거기로부터 오는 고독과 우울함을 직접 느껴보지 못했지만
못해도 6개월은 경험해보고 싶은 곳이었다.
사람들에게서, 거리 곳곳에서 여유가 넘치는게 느껴지던 노르웨이.
적은 인구와 척박한 기후 조건에서도
EU에 가입하지 않은 채 자신감을 드러내는 노르웨이는
향후 꾸준히 세계무대에서 존재감을 키워나갈 것이다.
TAKK!
'TRAVEL > 북유럽'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코펜하겐 - 뉘하운, 글립토테크, 디자인 샵 구경, SMK, 안데르센 묘지 (2023.03) (1) | 2023.05.23 |
|---|---|
| 코펜하겐 - 루이지애나 미술관 Louisiana Museum of Modern Art (2023.03) (0) | 2023.05.20 |
| 트롬쇠 도서관, 오슬로, 뭉크 미술관 (2023.01) (0) | 2023.02.07 |
| 트롬쇠, 트롬쇠 전망대, 오로라 투어 (2023.01) (0) | 2023.02.03 |
| 기차로 스톡홀름에서 오슬로, Astrup Fearnley Museet, 트롬쇠 (2023.01) (0) | 2023.02.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