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혼자여행 10 - 더블린 (시내, 트리니티 대학교, 기네스 맥주 공장, 템플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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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과도 같은 노숙을 마치고 슬슬 시내로 가기로 했다.

우선 이른 시간이라 시내로 가면 아무데도 열지 않을 것 같아 공항에서 아침을 먹기로 했다.

조식 이름이 아이리쉬 브렉페스트라 시켜봤는데... 잉글리쉬 브렉페스트랑 정확히 같은 구성의 음식이 나왔다.

베이컨, 블랙 소세지, 토스트, 레드 빈, 오믈렛, 소세지...

식당 점원한테 계산을 하던 도중 나보고 어디서 왔냐고 하길래 한국이라고 해줬더니,

자기는 한국 영화를 좋아한다면서 최근에 명량을 봤다고 했다.. 나도 아직 안본거를..

그래도 덕분에 아침부터 유쾌한 시작을 할 수 있었다.

 

아일랜드에서 머무는 2박동안 대중교통을 맘껏 이용하기 위해 leap visitor(립 비지터)라는 교통카드를 사고

드디어 시내로 가는 버스를 탔다! (다행히 공항버스에서 교통카드를 사용할 수 있었다.)

 

리피강변에 위치한 아비게일 호스텔에 짐을 맡겨둔 뒤 주변을 거닐기 시작했다.

아직 아침 9시밖에 안되어서 거리는 매우 한산했음..

 

흐릿한 날씨가운데 다채로운 색감.

 

리피강변에서 이제 강북으로 넘어가려는 순간 흑인 두명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더블린에서 택시 일을 하는 것 같았는데 다름아닌 동양인 승객이 휴대폰을 두고내려서 주인 찾는 것을 도와달라는 내용이었다.

아이폰으로 기억하는데, 잠금화면을 보니 익숙한 히라가나로 도배되어 있었다.

난 한국인이라 도움을 주지 못함을 알려주었고 내가 먼저 간단한 안부를 묻기 시작했다.

알고보니 그들은 나이지리아에서 온 사람들이라고... 나보고 여기에서 일하는 것을 적극 권장했다.

 

짧은 대화를 마친 뒤 강을 건넜다.

건너고 난 뒤 뾰족한 첨탑이 눈에 들어왔다.

 

스파이어 타워?

백 여 미터 가량 우뚝 솟은 이 탑은 아일랜드가 1인당 국민소득으로 영국을 앞질렀을 때 기념으로 세운 것이라고 한다.

한국도 언젠가 일본을 넘어 기념할 날이 올 수 있을까? 지켜보자고..

 

그리고 근처가 강북에서 젤 번화한 곳이라 구경하기로 했다.

우울..

이 때가 아마 일요일 아침이라 그랬는지 사람도 별로없고 날씨도 흐려서 분위기가 장난 아니었다...

아마 가게들이 문을 열려면 점심 넘어서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길래 바로 다른데 구경을 하러갔다.

 

더블린 시내에는 노상에 트램들이 다닌다. 이 역시 교통카드가 있으면 공짜이므로 적극 이용하기로 했다.

그렇게 마음가는대로 동쪽으로 가는 트램을 탄 뒤 적당한 곳에 내렸다.

 

주변 분위기가 나름 현대적이었는데

상업시설이 모여있는 곳이었다.

여기서도 반가운 pwc를 만나고..

근데 주말인 만큼 더욱 볼 게 없는 곳.

 

그래서 다시 강쪽으로 나와 걷기 시작했다.

사무엘 베케트 다리

아일랜드의 상징 중 하나가 하프인데 이를 본 따 다리를 만들었다. 가장 인상적인 다리 중 하나였는데

이름이 사무엘 베케트 다리 였다. 고도를 기다리며를 사고 아직 안읽는 중..

저 다리에서 어떤 단체에서 퍼포먼스를 하길래 구경했다.

그리고 다리를 건너 트리니티 칼리지로 갔다.

 

길을 걷는 도중 건물에 어떤 문구가 써있는 걸 발견했다.

잘 보니 소설 율리시스에 나오는 구절이었는데 다름아닌 소설 속에 등장하는 건물이라고..

아마 제임스 조이스가 더블린에 있는 실제 지명을 가지고 소설을 썼기 때문이다.

 

일년 뒤 그 난해하고 어려운 율리시스는 차마 읽어보지 못했지만, 나름 젊은 예술가의 초상, 더블린 사람들에 등장하는

더블린 내의 지명을 보니 반가웠다.

 

이후 딱 봐도 주변과 차별되는 건물이 등장했고 본능적으로 여기가 트리니티 칼리지라는 걸 직감했다.

 

 

귀여운 부엉이 카페

여기가 아마 해리포터 도서관 촬영지라고 했나?? 잘모름

암튼 유명하고 오래된 도서관이 위치해 있다고 했다.

그런데 구경하려면 돈을 내야했고 줄을 기다려야 해서 가뿐히 스킵했다.

 

Book of Kells

아무리 대학이라고 해도 너무 오래된 느낌이라...

이런 곳에서 첨단 학문은 어떻게 가르치는지 궁금하다.

뭔가 이질적인 느낌..

 

한국으로 치면 본관같은 느낌의 건물들로만 빽빽히 들어서 있었다.

대학생의 눈(?)으로 대학 구경을 마친 뒤

남쪽에 위치한 명소를 구경하기 시작했다.

 

그 유명한 템플바에 위치한 템플바.. 지명이 가게 이름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가게 이름이 왕십리 이런 느낌.

 

길 가다가 붉은 벽돌의 건물이 인상적이어서..

 

 

점심이 되자 배가 고팠지만 이상하게도 아시아음식이 매우 간절했다.

그렇게 구글맵스로 베트남 음식점을 찾게되었고

쌀국수를 폭풍흡입할 수 있었다.

역시 식당에서 식사중인 같은 아시아인들의 젓가락질을 보니 알게모르게 힐링되었다.

 

계산을 하려고 보니 50유로짜리 지폐만 있었다.

종업원은 난색을 표하며 거슬러 줄 돈이 없다고 했다.

그 광경을 지켜보는 주변의 아시아인이 고맙게도 먼저 나서서 소액권으로 바꿔주었다.

고마운 마음에 간단히 얘기를 나눴고 홍콩에서 왔다고 하자

홍콩의 민주주의를 빌어주었다. (한창 강제송환법에 대한 데모로 시끄러울때)

 

이후 서성한 출신답게 주변을 서성이다가 예약한 시간에 맞춰 기네스 박물관에 갔다.

한양대 중도 감성

뜨거운 인기때문에 증축을 하고있는 기네스 박물관 겸 맥주공장.

저 꼭대기 원형 부분이 전망대 겸 기네스 맥주를 마시는 곳이다.

코난 오브라이언 쇼에서도 봤던 곳인데 이렇게 실제 와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머나먼 한국에서 예약한 티켓이었으므로 혹시 문제라도 생기지 않을까 내심 조마조마했지만

이런 걱정을 비웃기라도 한 듯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내부 분위기
하프

재즈 하피스트 Dorothy Ashby - Misty 추천

 

대충 흑맥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아 그렇구나'하는 표정으로 구경한 뒤

꼭대기로 올라가 입장티켓을 들이밀고 흑생맥주(?)를 겟.

그런데 인싸들만 오는 곳이었는지 음악소리에 떠드는 소리로 정신이 없었고

나 같이 혼자는 조용히 마실만한 곳은 없었다...

그래서 그 곳이 360도로 뻥 뚫린 더블린 시내를 볼 수 있는 명당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적당히 마실만한 곳을 찾아 내려갔다.

알쓰인 나는 또 얼굴이 금방 빨개져서

진정이 될 때까지 무한 대기...

 

 

기네스 맥주 박물관 관람을 마친 뒤 체크인 시간이 되어 호스텔로 갔다.

카운터 누나(동생일 가능성이 높을듯)랑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키를 받았고

thanks a million이란 말을 쓰길래 이게 아일랜드에서 쓰는 문장이냐고 물어보니 그렇다고..

미국, 캐나다, 영국 등 영미권에서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말이었는데

여기선 땡큐베리머치보다 많이 쓰이는 듯 했다.

 

이후 방에서 캐나다에서 온 여행객을 만나

자기 형이 한국에서 영어 강사를 했다는 반가운 소리도 듣고

좀 쉬면서 시간을 보냈다.

 

이후 저녁시간이 되자

그래프톤 스트리트에 갔다.

아마 여기가 더블린을 대표하는 곳이 아닐지.

수많은 뮤지션들이 공연을 하고 있었고 주변으로는 여러 가게들이 있는 시내였다.

동영상은 많이 찍었는데 사진은 하나도 안찍었네..

암튼 영화 원스(안 봄)의 촬영지이자 아일랜드 대표 뮤지션들이 거쳐간 곳이라고 하니 색다르게 느껴졌다.

 

구경을 하다보니 해가 졌고 뭔가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유서깊은 아이리시 펍인 멀리건을 찾았다.

옛날에 수많은 유명인사 뿐 아니라 미국 케네디 대통령도 찾은 곳이라 하는데 정말 가게 자체가 낡은게 느껴질 정도..

그래서 메뉴를 달라하고 먹을걸 시키려하니 주류밖에 없네??

연로하신 직원(주인일수도)에게 물어보니 

알아듣기 힘든 발음으로 우리는 술밖에 안판다고 했다. 깡맥주집이었던 거..?

그래서 가게 내부를 구경했다 치고 나올 수 밖에 없었다ㅠ

 

너무 배가 고픈지라 주변을 정처없이 걷다가 눈에 들어온 펍이 보였고

피시앤칩스가 메뉴에 적혀있자 고민없이 들어가려고 했다.

그 때 입구에서 로컬 사람 3명정도가 인싸마냥 일어선채로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나한테 말을 걸어왔다.

그중에선 190이 넘어보이는 장신도 있어서 쫄았다.. 근데 대화내용은 별거없었다. 어디서 왔냐 왜 왔냐 등등..

약간 술에 취해 말을 걸은 듯한 느낌?? 적대적이지 않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라 다행. 

그렇게 별 시덥잖은 얘기를 주고받다가 갑자기 자기 술을 마시라는 것이었다.

나는 괜찮다고 했지만 사양할 수 없는 덩치가 호의를 베푸는데 마실 수 밖에..

한 모금을 마시니 그게 뭐냐고 더 마시라고 했다. 아마 맛을 봐서는 마가리타로 기억하는데

그 자리에서 내가 삼분의 일은 마신듯? 그제서야 만족해하며 날 보내주었다. 입반시험도 아니고;;

 

내부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그냥 이태원에서도 볼 수 있는 흔한 펍 느낌이었다.

가게 직원과 고객이 터울없이 얘기를 나누는 점이 다르겠지만.

 

그래도 2000년 대 감성의 브릿팝을 들으며 식사를 하니

기분좋게 먹을 수 있었다.

가게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아쉬울 뿐..

 

 

그냥 호스텔로 들어아기 아쉬워 아이리쉬 펍 문화를 즐겨보기로 했다.

처음 들어간 곳은 Quay라는 곳. 지금와서 찾아보니 음식도 맛있는 곳 같다.

처음 입장할 때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하길래 어리둥절했다. 왜 나한테?

얘네들은 동양인 나이 구분이 잘 안되나 보다.

나름 젊어보인다는 것에 정신승리를 하며 기분좋게 여권을 내밀고 들어갈 수 있었다.

내부는 발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가득 메워져 있었고 아일랜드 음악, 컨트리 음악이 흘러 나왔다.

약간 다모토리랑 느낌이 비슷한? 사람들도 적당히 춤추고.. 근데 음악은 흥겨운 것이 차이점.

저 많은 사람들 중 동양인은 아마 나 혼자였던 걸로 기억..

그래도 한 삼십분 동안 서서 구경하며 재밋게 놀았다.

코로나 시국에 저렇게 모이는 거는 불가능할텐데 아일랜드인들은 어떻게 참고있을지 궁금하네.

 

밖에 나와 다른 펍에 가보기로 했다.

향한 곳은 템플 바.

여기도 사람이 많은 건 매한가지. 오히려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도 있었다.

다행히 나는 혼자여서 쉽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고 게다가 공연도 잘 보이는 자리였다.

그래서 어떤 음료를 시킬까 고민하다가 한 번도 안 먹어본 아이리쉬 커피를 마셔보기로 했다.

 

커피에 위스키를 넣은 걸로 알고있는데 심지어 뜨겁기까지 한 신기한 음료.

맛은.. 커피에 위스키를 탄 직관적인 맛.. 나름 도수가 있어 빨리 못 마신다.

 

공연중에 멜로디가 좋은 노래도 더러 있었지만

가사를 몰라 찾을 수가 없다!

녹음이라도 해올걸..

그래도 간간히 모두가 알만한 올드팝도 불러줬다.

Take me home country road 등등

 

대충 시계를 보니 12시가 넘어있었다.

다행히 호스텔이랑 템플바랑 매우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어 다행.

해외, 특히 유럽에서 이렇게 늦은 시간동안 밖에 있었던 적은 처음이었다.

혼자여서 아쉬웠지만 아일랜드에서의 따뜻한 인상을 가질 수 있었던 첫 날이었다.

 

밖을 나서니 흥겨웠던 내부와는 달리 매우 한산하고 조용했다.

 

 

호스텔 들어가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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