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혼자여행 14 - 파리 (STATION F, 생제르망 데 프레, Buddah Bar)

나름 스타트업에서 일을 해본지라

파리 가기 전 여행지를 찾다가 무슨 스타트업 캠퍼스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이름은 STATION F로, 옛 기차역을 개조한 것이라고 한다.

여기서 견학같은 것을 신청할 수 있어 사전에 예약했다.

 

Bercy역에서 내려서 강을 건너 가야하는데

출구를 잘못나와 빙 돌아가야 했다.

 

 

세련된 디자인의 도서관. 프랑스 전 대통령 이름을 딴 미테랑 국립 도서관이다.

건축가는 이화여대 ECC를 설계한 도미니크 페로.

내부도 둘러보고 싶었지만 견학시간이 임박해 그냥 지나갈 수 밖에..

뭐 들어가도 불어를 모르기에 읽을 책은 없겠다만.

 

 

약속 시간이 되자 참여인원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고

생각보다 동양인이 좀 있었다.

투어 전에 참가자들끼리 돌아가며 자기소개하는 시간이 있어서

나는 짧은 영어로 한국에서 왔으며 대학생이다, 스타트업에서 일한적 있는데 여기선 어떻게 돌아가는지 보고싶어 왔다고 얘기했다.

얼핏보니 일본인도 있었는데 중간에 연로하신 한국인 중년아저씨가 계셨다.(왜??)

알고보니 한국장학재단의 이사장이었고 수행원 2명과 함께 오신것..

 

내부는 이렇게 유수의 기업의 지원으로 스타트업 입주 기업들이 자기만의 일을 하고 있었다.

아마존

갓 구글

중간에 그 유명한 제프쿤스의 처음보는 작품이 있었다.

맨날 풍선강아지만 보다가 이런건 처음이다.

 

페북, 루이비통

투어는 뭐 내부를 돌아다니는 거라

굳이 설명을 들어도 새로울 것은 없었다.

삼십 분 정도 걸렸나??

 

투어를 마치고 나니 식당가가 있었고

그 이사장님이 나보고 점심을 사주겠다고 했다.

또 일본인 무리가 있었는데 그 무리 중 한 명이 한국인 유학생이라

다같이 거의 10명정도 되는 인원이 밥을 먹게 되었다.

아마 그 건물 내에 있는 유일한 동양인들이라 반가웠다.

그 때가 한창 한국에서는 반일운동 때문에 편의점에서 일본맥주도 안팔고 일본여행 보이콧운동을 했을 때 였는데

별다른 위화감은 전혀 없었다.

 

다양한 식당가가 모여있다. 기차역 디자인

이사장님이 사준 것은 피자와 음료수..

 

일본인 무리가 굉장한 엘리트 집단이었다. 일본 내 정치인을 양성하는 특수 대학원인가..?

내 앞에 앉은 일본인과 얘기를 해보니 도쿄대학교 예술대학 출신이었고 자신의 전시 이력같은 것을 보여주었다.

그러다보니 이사장님은 그 분들과 열심히 영어로 대화를 나눴고 

나는 주변 일본인과 수행원분들과 얘기했다. 뭐 워낙 인원이 많으니 대화가 갈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사장님이 영어를 생각보다 잘해서 나중에 찾아보니 서울대 경제학과에 하버드 대학원? 와우

수행원님들에게 내 학자금 좀 줄여달라고 말도 안되는 얘기도 했던 것 같다.

나보고 어느 대학에 다니냐 물어보니까 내가 겸손하게

왕십리에 한양대라는 곳에 다닙니다 라고 얘기하니 웃으시면서 그렇게 얘기할 필요없다고..

작년에 한양대로 감사를 갔다는 tmi 등등을 얘기해주셧다.

 

또 내가 애니는 안보지만 일본에 관해 많이 알고있기 때문에 일본인과 얘기도 제법 잘 나눌 수 있었다.

막 시이나링고 좋아한다고 하니 매우 신기해 하는 반응.

 

그렇게 밥을 다먹고 헤어지게 되었다.

이사장님이 나보고 한국에 돌아가서도 공부 열심히 하라고 덕담을 해주셨다.(죄송합니다)

 

STATION F 식당가

이 식당가가 나름 젊은이들 사이에서 떠오르는 핫플이라고 한다.

 

아무튼 오랜만에 한국인과 만나 한국어를 하니 활력이 샘솟았고

무엇보다 꽁밥을 먹어 기분이 굉장히 좋아졌다.

 

이후 영화 '라빠르망'에서 뱅상 카셀이 모니카 벨루치를 기다린 곳을 찾아 가기로 했다.

영화 내에서는 뤽상부르 공원으로 나오지만 실제로는 그곳과 전혀 상관없는 곳에 위치해 있었다.

여길 찾기위해 영화를 수차례 돌려보며 주변에 있는 간판을 찾았고 20세기 말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버텨준 몇몇 상점들 덕분에 정확한 장소를 찾을 수 있었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 주연의 영화 순수의 시대 마지막 장면에도 나오는 곳)

 

영화에서는 저 가로등위치에 벤치가 있다.

 

퓌르스텐베르그 길?

라빠르망에선 이 주변 건물이 모니카벨루치가 다니는 대학 건물로 나온다.

 

이 근처가 화가 들라크루아 기념관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

 

소설 북회귀선에 이 지명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저 네 개의 가로수와 주변에 대한 묘사.. 그 때가 2~30년 대였을 텐데 아마 그때와 큰 차이가 없었겠지?

 

주변에 위치한 예술서적을 전문적으로 파는 TASCHEN(타셴)에 찾았다.

전공자는 아니지만 예술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기 때문에..

독일에서 가장 먼저 문을 연 예술 서점으로 지금은 세계 각지에 있다고 한다.

 

바우하우스

미술, 건축에 관한 책들로 꽉꽉 들어찬 곳.

여기도 거의 미술 전시회나 다름없었다.

한국에서 19년에 열렸던 데이비드 호크니에 관한 그림 책이 있어서 반가웠다.

 

수요는 적겠지만 이렇게 예술 전문 서점이 있다는 것은 주변에 큰 활력을 준다.

서점 앞

이후 숙소를 몽파르나스 쪽에서 belleville이라는 곳으로 옮겼다.

원래의 목적은 거점을 옮김으로써 더 다양한 곳을 다녀보자는 것이었지만 괜한 고생이었다.

옮긴 곳은 레피욜이라고 지은지 얼마 되지않은 곳이라 매우 깨끗했다.

그런데 주변 분위기는 내가 아는 파리가 아니었다.. 막 아랍음식 팔고 난리도 아니었다.

확실히 지역간의 생활수준 격차를 실감할 수 있었다.

 

좀 쉬다가 유랑카페에 들어가 동행을 구했다.

오전에 오랜만에 한국어를 하니 또 하고싶었나 보다.

약속 장소는 마들렌역 근처..

그래서 지하철을 타고 가려고 하는데 신기한 것은 지하철 바퀴가 고무타이어다..

이에 관해 여러 의견이 있지만

지상으로 다니는 열차가 많은 만큼 소음을 줄이기 위해서라는 것이 학계의 전설.

 

가는 도중 지나친 스탈린그라드 역..

진짜 예로부터 난민의 도시라 그런지 신기한 역 이름들이 많다.

그냥 지명을 따오는 것이 아니라 Franklin D. Roosevelt, George V 등 여러 나라에서 따온 이름들이 존재한다.

 

동행은 처음 구해보는 거라 무슨 미팅하는 것 마냥 떨렸다.

그래도 만나보니 그냥 내 또래 대학생.. 그러다보니 금새 편하게 대화할 수 있었다.

한 분은 의사 선생님이시고 학회 참석 차 파리에 오셨다고 했다.(ㄷㄷ)

저녁을 먹고 내가 먼저 칵테일 바에 가보자고 했다.

원래는 호텔 코스테에 가고 싶었지만 경로 상 여의치 않아 부다 바를 가게 되었다.

 

부다 바

가격은 칵테일 하나 당 2만원 정도?? 장소가 장소인지라 다른 곳보다 조금 비싸다.

하지만 분위기와 나오는 음악들이 돈 값을 하기 때문에 상관없었다.

여기서 좀 더 다양한 대화를 했다.

영화 얘기도 하고 그 동안 유럽여행하면서 좋았던 곳 얘기도 하고 그러다보니 각자 개인적인 얘기도 하고..

처음 만난 상대들이지만 오히려 상대를 모르기 때문에 솔직한 얘기도 할 수 있었다.

 

8월의 파리는 해가 생각보다 늦게 져서

칵테일 먹고 나오니 밤 9시정도 됬음에도 여전히 노을이 보였다.

 

분위기 라라랜드

수 차례 파리를 다닌 경험으로 내가 지도없이 안내를 했고

샹젤리제 거리를 거쳐 에펠탑으로 갔다.

매 정각마다 빛으로 깜빡거리는 에펠탑을 마지막으로

동행들은 서로 각자의 길로 돌아갔고

나 역시 돌아가서 기분좋게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