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여행기 (20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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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브로브니크에서 저가항공사인 이지젯을 타고

파리로 향했다. 아니나 다를까 동양인은 우리 둘 뿐.

낮설기도 했지만 뭐 어때.

 

그렇게 난생처음 오를리 공항에 도착했다.

약간 한국의 김포공항 느낌. 

 

파리 외곽 쪽에 숙소를 잡아

가는데만 시간이 꽤 걸렸다.

지하철역 밖으로 나오니.. 고가 밑에 난민들이 되게 많았다.

확실히 아프리카나 시리아 이 쪽에서 난민들이 많이 넘어오는 것이

EU의 큰 문제 중 하나인데 이렇게 여행객의 눈으로도 체감될 정도면

심각한 사안이긴 한 것 같다.

 

아무튼 짐을 풀고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노트르담 성당

이때 줄 서서라도 안에 들어가 내부를 봐야했다..

지금은 불에 타버려서.. 복원되려면 넉넉잡아 5년은 더 기다려야 할텐데 ㅠ

줄이 너무길어 난 포기하고 친구만 들어갔다.

그 대신 내가 간 곳은 다리 건너 있는 셰익스피어 서점

'비포 선셋'에서 제시가 기자회견을 하는 곳.

'미드나잇 인 파리'에도 나오는 곳이다.

아마 헤밍웨이가 자주 찾아서 유명해졌을 것이다.

안에 들어가보니 사람들로 미어터져서... 그냥 한바퀴 돌고 나왔다.

 

친구랑 다시 만나 루브로 쪽으로 걸어가는데..

센 강을 배경으로 보이는 파리는 정말

내가 꿈꾸던 낭만이었다.

 

암울했던 재수 시절, 7월인가 8월이었을 것이다.

수능도 얼마남지 않은 시점.. 대학에 먼저 간 친구들은 놀러다니느라 바쁘고 이리저리 마음이 어려웠었을때

EBS에서 미드나잇 인 파리를 틀어줬었다.

Sidney Bechet의 Si tu Vois Ma Mere와 함께 3분 간 등장하는 파리의 모습.

이 영상을 보고 누가 파리를 마다할까..

그때부터 조금씩 파리에 대한 열망을 키워왔던 것 같다.

 

어린 시절에 파리에 갔지만 땡볕에서 걸었던 기억밖에는 없었기에

다시 처음부터 정보를 쌓아나가야 했다.

그런데 파리가 워낙 유명하다보니

의도치 않게 책이나 영화를 보면 파리가 배경이다. 

굳이 힘들게 파리에 관련된 책을 찾아보지 않아도

모든 매체들이 파리에 대해 알아서 얘기를 해주고 있었기 때문에

열망과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손쉽게 그에 대한 애정을 키워갈 수 있다.

루브르 앞 한국인 정모장소.. 서로 사진찍어주느라 바쁨
그냥 찍기만해도 휴..

파리가 서울보다 위도가 높아서 해가 지려면 거의 9시가 넘어야 했다.

그때까지 기다리기엔 우리의 체력이 바닥나서 일찍 들어가 버렸다.

 

다음 날 일찍 일어나

관광객들로 붐빌 것을 예상하며 

서둘러 튈르리 공원으로 향했다.

바로 오랑주리 미술관을 가기 위해서.

 

평소 국내에서도 굵직굵직한 전시회는 빠짐없이 가려고 노력하는지라

파리에 온김에 그 유명한 프랑스 화가들의 작품들을 다 보겠다는 의지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면서 루브르는 안감)

오랑주리 미술관

 

관람하고 나서 근처 옆에있는 '안젤리나'라는 디저트 카페에 갔다. 

맛은 있는데 비싸

다 먹고나서 자유여행을 하기로 한 다음

6시에 에펠탑 앞 다리에서 만나기로 했다.

내가 로밍을 안 한 상태라 정말 서로에 대한 신뢰가 중요했다.

얼핏하면 못 만날 수도 있기에..

핸드폰이 없던 시절에는 이게 당연한 일이었는데

어느 순간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만나기 조차 힘들어진 시대가 되었다.

길 너머로 보이는 에뚜알 개선문
라데팡스의 실험적인 건물

무사히 친구를 에펠탑 앞 다리에서 만나

에펠탑 뒤에있는 마르스 광장에서 하염없이 구경했다.

그런데 1분에 한번 꼴로 지나다니는 행상인들..

싸구려 술이랑 열쇠고리를 그렇게 팔겠다고! 

 

저기 광장 국룰이 근처 역앞에 있는 까르푸 익스프레스에서 술을 사오는 것..

 

저 앞에서는 외국인 커플이 있었는데 한 명이 공개적으로 프로포즈를 하고 있었다.

무릎꿇고 반지를 주며..

여자가 승낙하니 주변에서 모두 환호성을 지르며 그 순간을 축복했다.

행상인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커플에게 와인을 따라주며 자연스레 돈을 요구 ㅋㅋ

 

얼마안있어 소나기가 내리자

공원에 있던 사람들 모두 양옆에 있는 가로수, 가건물 밑으로 피신을 했다.

서로 허둥지둥 피하느라 모두가 유쾌해져 있었다.

그렇게 어느정도 비가 그치고 정원으로 다시 나가려는 순간

나무 위에서 무언가가 내 어깨위로 떨어졌다.

맞았을 때 되게 묵직해서 열매겠거니 싶었는데

한 여름에 무거운 열매가 떨어질 일은 없을 뿐더러

땅에는 열매로 보이는 물체가 보이지도 않았다.

 

그렇게 내 인생 첫 새똥을 파리에서 맞아버렸다.

새들이 평소에 무엇을 주워 먹는지 알고있다면

그것들을 싸그리 모아 나한테 줬다고 생각하니 순간 이성을 잃어버려

그 자리에서 바로 호텔로 돌아갔다.

저 흰옷에 묻은 새똥을 지우느라 얼마나 애를 먹었는데..

다음 날 아침일찍 오르세 미술관에 갔는데

역시나 사람들로 줄이 길었다.

그래도 얼마 지나지 않아 입장을 했다.

 

여기에도 르누아르, 세잔, 고갱, 고흐 등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들이 대거 포진해 있어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관람을 마치고 친구랑 자유여행하는 시간을 가져서 또 헤어졌다.

이 날도 역시 에펠탑 앞에서 만나기로..

 

파리 시청사. 2024 올림픽 광고
겉과 속이 뒤집힌 퐁피두 센터. 관람은 안했따.
백년넘은 에스카르고 맛집에서

굳이 인터넷에서 흑백으로 본 생드니 문이 너무 이뻐가지고 여기까지 찾아왔다.

Porte Saint-Denis
오페라 가르니에

가르니에 내부에 샤갈이 그린 천장화가 있는 것을 한국에 오고나서 알았다..

 

근처 쁘랭탕 백화점에 가서 크리드 어벤투스 향수를 거의 한국에서보다 3/5가격에 샀다. 여기에 Tax Refund까지!

근데 중국인들이 너무 많아서 순간 왕푸징 거리의 백화점에 온 듯한 기분.

아무튼 계속해서 몽마르뜨를 향해 걸어갔다.

그 유명한 물랑루즈
Sacre-Coeur 사원

 

저 멀리 몽파르나스 타워가 보인다.

다 보고나서 시간이 남아 어제 갔던 라데팡스를 또 갔다.

Grand-Arche
이미 50년대 후반에 완공된.. 어마무시한 건물
내부엔 기둥하나없다. 역시 공학분야의 선진국

그리고 여기서 걸어서 에펠탑까지 갔다.

어차피 직선거리라서.. 눈요기도 할겸 산책하는 기분으로 걸어갔다가 죽을뻔,,

그렇게 개선문을 지나..

팔레 드 토쿄,

노무라 건물을 지나서 태극기가 보이는 한국문화센터를 찍고

샤요 궁에 도착했다.

거기서 파는 크레페를 먹고(호구)

친구를 만나 마지막 날의 파리를 만끽했다.

파리지앵 왈 : Chunks of Metal

다음날 CDG로 가서 기념품을 좀 사고

별탈없이 귀국을 했다.

에어프랑스 기내 안전방송을 보는게

뭐 이리 세련됬는지.. 정말 다르긴 다르다.

 

이렇게 짧은 시간동안 파리를 쏘다녔지만

내가 본 것은 빙산의 일각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다.

이후 한국에 돌아와 내가 모르고 지나쳤던 수많은 것들..

페르라쉐즈 무덤

라탱, 마레, 생드니, 생마르탱, 생탕투안...

르 꼬르뷔지에의 건물들

수많은 저명인사들이 오고 간 리츠 호텔

라운지음악으로 유명한 호텔 코스테

나폴레옹과 프랑스 제국의 얼이 담긴 파리

장발장의 하수도

망명자들과 이민자들의 애환, 설움이 깃든 파리

민중의 위대함을 유럽 뿐 아니라 전 세계를 향해 보여준 파리

수많은 예술가들이 모여 밤새도록 토론하고 사랑했던 파리

 

오늘 날 관광지로써 낭만적인 파리가 거저 있음이 아님을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2년이 흐른 지금 뿐 아니라 앞으로도 뼈저리게 느낄 것이다.

 

지금와서 여행에 대한 기억을 복기해보니 

우선 함께 동행해 준 친구가 있어 고맙고

조금이라도 내 식견과 견문이 넓어졌음을 느꼈고

거기서 끝나지 않고 갔다와서도 좋은 영향을 받았다는게 참 좋았다.

만 22살에 느낀 유럽.

만 24살 지금의 나.

그래 더 늦기전에 결정하자.

내가 뭘 하며 살아갈 때 행복해 할지.

최대한 낮선 환경에 나를 노출시키며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 필요가 있다.

 

Before too l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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