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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날 때 내가 어딨는지 까먹을 때가 종종있다. 이는 잠에서 깨고나면 한동안 정신을 못차리기 때문일 것이다. 집인 줄 알았는데 군대 생활관이었을 때 얼마나 절망적이었는지. 또한 집이 아닌 아무도 없는 동아리방에서 혼자 일어날 때면 매우 허무하면서도 외로워 빨리 집으로 가는 아침 지하철을 탄다. 이런 현상은 대게 주변 상황이 급격하게 변할 때 일어나는데, 여행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대신, 집인 줄 알았는데 잠에서 깬 직후 비몽사몽하며 맡게 되는 이국적인 냄새. 새로운 광경을 보게되면 그 순간 내가 타지에 있음을 실감하게 되고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에 대한 그 동안의 여정이 떠오름과 동시에 이것이 꿈이 아니라 사실임을 깨닫는다. 그제서야 내가 일상에서 벗어나 한동안 여행만을 목적으로 살 수 있다는 ..
히드로에서 짐을 찾고 런던으로 갈 방법을 선택해야 했다. 지하철, 버스, 택시 등등.. 우선 택시는 선택지에 없었다. 내 열정여행과 거리감 있는 금액을 요구했기에.. 버스 역시 번거로울 것 같아 포기. 고속열차는 비쌌고 결국 답정너인 일반열차를 타기로 했다. 도쿄에서도 나리타에 갈 때 일반열차를 타면 한시간 반정도 걸렸던 것 같다. 그래서 여유있는 분들이 타는 고속열차를 바라보며 부러움 가득 찬 시선을 보냈다. 그런데 영국에서도 어김없이 같은 선택을 하네? 언제쯤 가성비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여행 준비를 하며 블로그 포스트를 보는데 일반열차는 시간이 타 운행수단에 비해 오래걸리며 승차감도 매우 좋지 않아 가급적이면 피하라고 했다. 살짝 걱정이 됬지만 두돈반 후탑보다는 편하지 않겠냐며 무시하기로 했다...
나름 아시아 동쪽에서 유럽 서쪽까지 가는 장거리 비행이었는데 생각보다 소형기종이었다. 해외에 갈 때 내심 중국항공 경유를 자주 했기에 은연중에 한국인을 찾아내는 버릇이 생겼다. 가장 편한 방법으로는 외양이 되겠다. 헤어스타일, 패션 정도면 충분. 나이드신 중년 분들이야 차이가 명확한데 젊은 층일 수록 점점 분간하기가 힘들어진다. 이럴 땐 비행기 타기 전 사람들이 들고있는 여권 색깔로 알 수 있다. 중국, 일본은 빨간색. 한국, 대만은 초록색. 그래서 이역만리 타지에서 젊은 분이 한국인 같고 초록 여권을 들고 있으면 괜시리 반가운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목적지가 런던이라 그런건지 아니면 조식이라 그런건지 정말 중국스러운 English Breakfast가 나왔다. 분명 비행기 티켓 가격이 55만원대였음에도..
3학년 1학기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코딩 테스트나 개인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야 했는데 정작 나는 열심히 책을 읽고 좀 더 젊을 때 할 수 있는 경험들에 집중했던 것 같다. 이제 대학에서도 결코 젊은 나이도 아니었고 집에서의 눈치도 봐야했기 때문에 편한 마음은 아니었음에도. 그치만 방학동안 친구들과 짧게 다녀왔던 오키나와에서 외국인들과 대화하며 놀았던(?) 경험은 매우 신선해서 좀더 그들을 이해하고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라서 자연스레 개강이 한 달 남은 시점에서 유럽 계획을 짜기 시작했고, 에어차이나에서 당장 2주 뒤에 런던in - 파리out이 55마넌에 매우 싸게 나왔기에 일사천리로 밀어붙였다. (이런 자세로 좀 공부하지...) 여행 경로는 인천 -> 북경(17시간) -> 런던 -> 에딘버러 -..
여름방학 동안 짧게 인턴을 하며 목돈이 생기자 친구랑 같이 여행을 가기로 했다. 아시아, 유럽, 북미 등등 전 세계 수 많은 여행지 중에서 어떤 계기로 뉴욕을 선택하게 되었는지 지금으로써는 기억이 안난다. 다만 뉴요커들 스스로 자신들이 현재 세계의 중심에 있다고 확신하게 하는 도시, 스트릿과 아베뉴로 이루어진 격자형 도시, 월스트리트와 브로드웨이, 경제와 문화의 중심지, 수 없이 많은 영화의 배경이 된 도시, 도시의 이데아인 뉴욕을 간다는 생각에 큰 맘 먹고 결제한 뉴욕행 에어차이나(!) e티켓을 수시로 들여다보며 출발 4달 전부터 들떠있었다. 스스로도 2학기를 나쁘지 않게 보냈다는 만족감과 함께 여행만 떠나면 되는 상황. 그러나 시간이 시간인지라 여행으로 설렜었던 마음은 어느 정도 가라앉은 상태. 오히..
고등학교 친구, 후배랑 떠난 오키나와 여행. 오래 전 부터 봐왔던 츄라우미 수족관의 고래상어 영상 언젠가 오키나와에 가면 꼭 보겠다고 다짐에 다짐을 했지만 결국 경로 문제 상 가지를 못했다... 생각보다 너무 북쪽에 위치해 있어서.. 출발 전 오키나와 일기예보를 보니 아주 흐림과 낙뢰, 비가 한 주를 장식하고 있었다. 안그래도 한국이 장마라 좀 맑은 느낌을 원했는데 가서도 우울한 날씨를 겪을 생각에 여행가기 전 부터 매우 침울해 있었다. 뭐 나름대로 비오는 날의 해수욕도 나쁘지 않겠지? 안그래도 동행하는 친구들이 건장한 군필들이라 미친척하고 행동으로 옮기면 되서 상관은 없다.. LCC 중에서도 악명높은 피치항공을 타고 생각보다 금방 도착한 나하. 도착하니 저녁 7시가까이 되었다. 날씨가 한국이랑 상당히 ..
겨울방학이 끝나기 전 중고등학교 친구들이랑 계획해서 가게 된 대만. 평소 매체에서 하도 대만음식, 대만감성 그러길래 시류에 편승할 필요도 있겠다 싶어 갔다오게 되었다. 친구 한 명이 대구에서 공군장교를 하고있는 관계로 나머지 친구들은 수도권에 살고있음에도 불구하고 대구에서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게 되었다... 굳이. 대구에는 처음 가보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다. 동대구에 도착한 뒤 모노레일을 타고 대구공항 근처로 가면서 느낀게 모텔이 정말 많다. 흠 아무튼 친구들을 하나 둘씩 재회하고 원래 친구 부대 내 생활관에서 자려고 했지만 거절당해서 근처 찜질방에서 자게되었다...ㅡㅡ 나중에 동성로 구경도 하고.. 대구에서의 기억은 썩 좋지많은 않았음. 그렇게 두 세시간 날라가서 도착하게 된 타이베이...
6개월 간의 인턴기간이 막바지에 치닫을 즈음.. 한 번은 휴가라는걸 만끽해보고 싶어서 계획하게된 삿포로 여행.. 심지어 엔화도 900초반 대! 원래 도쿄를 가려했지만 웬걸.. 거리 상으로 더 먼 삿포로 비행기 값이 훨씬 쌌다. 아직은 이른 겨울이지만 홋카이도에 가면 pure한 겨울을 맛볼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금토일 2박3일 여정으로 가게 된 삿포로. 저가항공사의 설움인지라... 오전 7시 매우 이른시간에 출발. 일찍 일어나 첫 차 타고 가면 피곤+빠듯할거 같아서 전 날 밤 늦게 공항에 갔다. 수하물 부칠 것도 없었기 때문에 미리 체크인 하구 목 좋은데로 가서 노숙 감행. 잠 자니까 은근히 추웠다. 그렇게 존버?하니 시간은 가고 드디어 설레는 마음으로 비행기 탑승. 3시간 정도 날아가야 했는데 일본..
두브로브니크에서 저가항공사인 이지젯을 타고 파리로 향했다. 아니나 다를까 동양인은 우리 둘 뿐. 낮설기도 했지만 뭐 어때. 그렇게 난생처음 오를리 공항에 도착했다. 약간 한국의 김포공항 느낌. 파리 외곽 쪽에 숙소를 잡아 가는데만 시간이 꽤 걸렸다. 지하철역 밖으로 나오니.. 고가 밑에 난민들이 되게 많았다. 확실히 아프리카나 시리아 이 쪽에서 난민들이 많이 넘어오는 것이 EU의 큰 문제 중 하나인데 이렇게 여행객의 눈으로도 체감될 정도면 심각한 사안이긴 한 것 같다. 아무튼 짐을 풀고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노트르담 성당 이때 줄 서서라도 안에 들어가 내부를 봐야했다.. 지금은 불에 타버려서.. 복원되려면 넉넉잡아 5년은 더 기다려야 할텐데 ㅠ 줄이 너무길어 난 포기하고 친구만 들어갔다. 그 대신 내가 ..
낭만적 그 자체인 스플리트를 뒤로한 채 두브로브니크로 향했다. 아마 두브로브니크가 크로아티아에서 가장 유명한 여행지라 물가도 비쌌고 특히 숙박비도 장난이 아니었다. 가난한 대학생이었던 우리는 할 수 없이 베네치아 때와 마찬가지로 두브로브니크까지 20분 정도 걸리는, 멀리 떨어진 곳에 호텔을 잡았고 매번 버스 시간표에 따라 움직여야 했다. Rosa bianca라는 호텔.. 외딴 곳에 위치해 있어도 바닷가 근처여서 운치가 있었고 방도 넓어서 매우 좋은 선택이었다.. 또한 1층에 괜찮은 식당도 있었기에 금상첨화. 그런데 커피포트가 없어서 햇반과 스팸을 거의 생으로 먹었다... 근데 먹을만했다는건 함정 여기서 한국에서 가져온 음식들을 다 소진했다. 여기가 왕좌의 게임 촬영지라고 해서 그와 관련된 활동이 있었다...
자그레브에서 저녁 버스를 타고 스플리트에 도착하니 새벽 2시.. 해변에서는 한창 야외 클럽(?)이 운영중이었다..! 도착해서 에어비앤비 주인에게 연락했더니 안받네.. 알고보니 늦어서 자고있었다 이뤈이뤈.. 시작부터 삐끄덕 거렸지만 다음 날 일어나니 괜찮아졌다. 아마 여기서 3박을 하는거라 시간 여유도 있었기 때문에 안단테 안단테 하며 천천히 움직였다. 스플리트는 로마 황제 디오클레티아누스가 여생을 보낸 곳으로 유명하다. 로마제국의 쇠퇴기까진 아니더라도 불안정한 위기가 얼핏 보일때의 황제로 알고있다. 스플리트는 휴양지로써 유럽에서 많이들 찾는다고 한다. 바닷가를 따라 조성된 거리며 상점들이 운치를 더해주고 오렌지빛 지붕과 찬란한 아드리아해의 바다가 나머지를 채워주고 있었다. 근처 해변에 보였던 철봉.. 여..
원래는 바로 크로아티아로 넘어가려 했지만! 슬로베니아 온 김에 수도는 들려야 하지 않겠나 싶어서 가게된 류블라냐. 발음이 어렵다... 피란에서 출발해서 두 시간정도? 걸렸던 듯. 그냥 중간에 경유하는 소도시인줄 알았는데 도착했다고 하길래 놀랬다. 수도임에도 생각보다 작고 아담했다. 도중에 비가와서.. 점심시간이도 해서 허겁지겁 식당으로 피신! 나름 번화가에 위치한 곳이었는데 혼잡하지 않고 여유로웠다. 또 오랜만에 한국인들을 봐서 신기하기도.. 피란에서는 동양인이 아예 우리밖에 없었다. 비가 그치고 광장에서 앉아 쉬고있는데 옆에 계시던 할아버지와 얘기를 하게 되었다. 자기는 이스라엘에서 왔다고 했다. 어떤 대화주제가 좋을지 생각하다가 중동 전쟁 얘기를 했다. 그랬더니 자기도 참전했었다고...역사의 산 증인..
지금도 그럴것이고 앞으로 생소할 여행지 피란 (Piran) 아는 사람만 알 것이다. 원래는 남부 프랑스로 가서 떼제베를 타고 파리를 갈 생각이었지만 좀 특이한 경험을 해보고싶어서 아예 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크로아티아로 가기로 했다. 다만 크로아티아를 가기 위해서 슬로베니아를 지나야 했는데 알아보는 도중 기가막히는 여행지 사진을 발견하게 되었으니 이름하야 피란. 전쟁도 안했는데 웬 피란?? 관심을 갖고 찾아보니 엄청 유명하지도 않고 특히 네이버에 쳐봐도 그렇게 많은 정보도 나오지 않았다. 옳다커니 싶어 바로 결정. 원래 이태리 동쪽 끝에 위치한 트리에스테를 들리려 했는데 여건 상 안되었다. illy 커피의 고향이라는데.. 버스로 도시를 지나가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메스트레 역에서 flix bus를 타..
피렌체에서 flix bus를 타고 베네치아로 향했다. 영어로는 베니스. 캘리포니아에 베니스 비치가 있는걸로 아는데...TMI 예산문제로 본 섬에서 안자고 메인랜드의 메스트레라는 곳에서 1성급 호텔을 잡았다. 냉방시설은 물론없고 날아다니는 노린재는 덤. 해안가 근처라 그런지 습하기도 해서 훨씬 더웠다.. ㅠㅠ 로마랑 피렌체는 선선했는데 짐을 풀고 시내 버스를 타고 베니스로 향했다. 사실 난 베니스를 그렇게 가고싶지 않았지만 친구가 이태리 간 김에, 또 슬로베니아로 가는 김에 들리자고 하여,, 이미 어렸을 적에 한 번 와본 터라 큰 기대도 되지 않았다. 그래서 딱 하루만 보기로 했다. 아직도 저 방향을 바라보며 쇼팽의 왈츠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왜 하필 쇼팽이었지??ㅋㅋ 아니나 다를까.. 악명높은 베니스의..
로마에서 flix bus를 타고 지금은 국도가 된 아피아 가도를 따라 피렌체로 향했다. 영어로는 플로렌스. 불과 세 시간 남짓 올라왔을 뿐인데 분위기가 로마랑은 사뭇 달랐다. 중세시대에 살아보지도 않았지만 뭔가 르네상스 시절의 느낌이 강하게 느껴지고 건물 양식에도 확실한 차이가 있었다. 로마는 고대 건축물부터 온갖 시대의 건물들이 섞여있다면 피렌체는 통일된 느낌? 숙소는 에어비앤비를 통해 현지 가정집에서 잤다. 뭔가 특이하면서도.. 큰 차이가 없네? 피렌체에 가면 스테이크를 먹어보라길래 갔더니 한국인 정모 중.. 미켈란젤로 언덕에 가서 석양을 보려했더니 역시 한국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한강둔치에서 치맥하는 느낌으로 앉아있네.. 산타마리아노벨라 약국에 가보니 역시 한국인... 정말 인구는 많지도 않은데 해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