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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덧 여행 마지막 날의 아침이 밝았다. 오후 4시 비행기였으므로 서둘러 호스텔에서 나와 가보지 못했던 곳을 가야했다. 우선 체크아웃을 했으므로 중앙역에 캐리어를 맡기고 사진으로만 보던 카이저 빌헬름 교회로 향했다. 실물을 보니.. 그저 그랬다. 심지어 교회 내부는 현재 코로나 검사소로 사용 중이다! 예전 나치 시절 손기정 선수가 마라톤으로 금메달을 딴 주 경기장을 가보려 했으나 꽤 멀리 떨어져 있어서 포기.. 그냥 걸어서 Tiergarten으로 갔다. 토요일 아침 따스로운 햇살과 베를린 시민들의 여유가 느껴지는 곳. 이 곳 역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로 가득찼다. 이후 바우하우스 출신의 미스 반 데어 로에가 설계한 신국립미술관으로 갔다. 안에 전시되어 있는 작품보다는 건축물에 더 눈길이 간 곳이었다. ..
엄청 푹자고 일어났는데 고작 3시간이 흘러있었다. 이런 느낌은 오랜만이어서 기분 좋게 좀 더 잠을 잤다. 이후 오전7시에 예약한 PCR 검사를 받으러 5시반 경 일어나 준비했다. 이때가 금요일이었으니, 막 출근중인 베를리너들과 함께 지하철을 탄 채 목적지로 향했다. 20분정도 미리 도착해서 서성한 출신답게 주변을 서성였다. 검사비는 45.99유로.. 여행을 하기위한 댓가. 한국에서 이골이 날정도로 받은 PCR이었기에 여기서도 별 대수롭지 않게 받았다. 신기한 것은 독일은 민간에서 코로나 검사를 주도하는 것 같았다. 우리나라도 이비인후과 등에서 검사를 실시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정부가 세운 선별진료소에서 무료로 테스트를 받는다. 하지만 여기는 몇몇 회사들이 각각 운영하는 민간 진료소에서 돈을 받고 검사를..
2020년에 친구들이랑 가기로한 유럽여행을 네이버 인턴때문에 가지 못하게 되면서(이때 갔어야 했다..) 2019년 여름 이후로 3년 가까이 해외여행의 꿈을 접어야만 했다. 이를 보상받고자 코로나 기간동안 국내 여행은 물론 친구들과 만날 때마다 어디로 여행을 갈 것인지 바쁘게 의논했다. 계획을 세우는 것만으로도, 비행기표를 찾는 것만으로도 서로 좋아라했다. 이후 취업을 하고 생각보다 일이 바쁘게 돌아가며 휴가를 쓸 수 없는 상황에서 겨우겨우 4일간 쉴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이때다 싶어 비행기표 가격을 알아보니 너무 비쌌고 더군다나 아직 전세계적으로 코로나가 끝난게 아니었기에 더더욱 가지말아야 할 이유는 많았다! 하지만 훗날 이 연휴에 방에만 틀어박혀 시간을 보냈다고 회상하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
94년에 나온 영화이지만 이미 세 번째 리메이크된 작품. 18년도에 아무도 없는 동아리방에서 혼자 봤던 영화인데 오랜만에 다시보니 색달랐다. (작년에 케이블 채널에서 해줬는데 유료채널이라 시간제한 덕분에 다 보진 못했다.) 똑같은 영화를 보더라도 보게되는 시기에 따라 무엇을 느끼는지는 매번 다르다. 그래서 이번에 보면서도 전혀 뜻밖의 장면에서 감동을 받고 이전보다 와닿는 장면이 많았다. 남주의 숙모가 여주에게 해주는 "The trick in life isn't getting what you want. It's wanting it after you get it." (인생은 소유가 전부가 아니라 지속해서 그것을 원하느냐) 인생의 짝을 만나 저 대사처럼 계속해서 원하고 사랑하고 아껴줌으로써 훗날 자녀 역시 내..
아르헨티나 작곡가 히나스테라의 음악. 왠진 몰라도 아르헨티나 출신의 다니엘 바렌보임,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버전만 듣게된다. 곡 제목은 우아한 소녀의 춤. 바렌보임은 템포가 느리다. 소녀가 춤추는 모습을 멀찍이서 마음 졸이며 보는 소년의 입장이랄까. 혹은 어른이 되어 씁쓸하고 찬란했던 지난 날의 사랑을 회상하는 느낌. 반면 아르헤리치는 빠르다. 본인이 그 소녀가 되어 직접 춤을 추는 듯한. 손녀가 있을 나이가 된 그녀이지만 당장이라도 아름다웠던 그 시절로 되돌아간다. 2017년에 동아리방에서 처음 듣게된 곡. 잊을만하면서도 라디오에서 흘러나온다거나 가끔씩 생각나는 옛 생각에 찾아 듣게된다.
2019년 명동CGV 아트하우스에서 본 생애 첫 폴란드 영화 급변하는 시대의 이념속에서 사랑을 바라보며 살아가기란 사치였나보다.
첫 번째로 보게 된 에릭로메르 감독의 영화. 일상을 바탕으로 펼쳐지는 주인공의 고민을 보며 같이 공감할 수 있었다. 그래서 슬펐다. 뜻대로 되지 않아 남들의 조언대로 살아보려 하지만 어딘가 어색하고 맞지 않는다. 남들은 그런 식으로 잘들 살아가지만 주인공은 자신에게는 해당되지 않기에 한없이 슬퍼한다. 그럼에도 결국 자신의 길을 가며 우연히 만난 맘에드는 남자와 함께 해질녘 노을 너머로 반짝이는 녹색 광선을 발견한다. 녹색 빛이 나타나지 않으면 어쩌지? 나 역시 같이 조마조마했다. 해가 지는 그 순간까지 여주는 불안해하며 눈물까지 흘린다. 하지만 결국 초록 빛은 나타났고 영화에서 처음으로 주인공은 진심으로 기뻐한다. 그 순간 틀린 줄만 알아왔던 자신의 삶을 인정받은 것이다. 살아가다 보면 매 순간 내 자신..
두 번째 에릭 로메르 영화 우리나라 번역으로는 내 여자친구의 남자친구. 언뜻 보면 막장 스토리일 것 같은 제목이다. 친구 레아가 레아의 남친 파비앙과 소원해져 혼자 휴가를 가버린 동안 주인공 여자인 블랑쉬는 파비앙과 의도치 않게 가까워진다. 비슷한 활동반경, 같은 취미로 인해 둘은 이내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남녀 둘만 남으면 그렇듯 서로 좋아하게 된다. 하지만 친구의 남자친구였기에 블랑쉬는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 그래서 하룻밤 사랑을 나눠도 딱 거기까지로 멈추고 휴가에서 돌아온 레아가 다시 파비앙과 만난다는 소리를 듣자 그 누구보다 서럽게 운다. 그러다가 레아에게 간간히 애정을 표현했던 남자가 적극 고백을 하며 레아와 사귀게 된다. 파비앙은 다시 혼자가 되고 블랑쉬를 만나게 된다. 결국 해피엔딩으로 ..
작년에 소설 금각사를 읽으며 알게 된 미시마 유키오. 이 영화는 특이하게 그의 일대기와 그가 쓴 소설 내용이 교차하며 전개된다.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조지 루카스 등 같은 당대 최고의 영화감독들이 제작지원을 했는데 그 정도로 그가 남긴 작품과 그가 보여준 행동이 당시 서방 사람으로 하여금 큰 충격을 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삶의 모든 부분에 걸쳐 본인의 이상을 실현하려 했던 미시마. 그렇기에 파멸해가는 그의 모습이 자못 숭고해 보이기까지 하다. 근래들어 현실과 타협하고 상처받기 싫어 표현하지 않았던 내 모습을 반성하게 된다. 미시마는 허약체질, 작은 키, 동성애 등 갖은 트라우마를 지닌 채 성장한다. 그리고 이러한 아픔을 작가, 영화감독, 대외활동 등 다양한 영역에서 극복해 내고자 했다. 미(美)에..
리스본을 배경으로 힐링하는 로드무비인줄 알았는데 웬걸 꽤 진중한 내용을 바탕으로 전개된다. 내가 생각하기에 아름답고 부족할 것 없어 보이는 스위스 베른에서 주인공은 아내와의 이혼, 정돈되지 않은 집, 불면증 등 삶의 무게에 짓눌린 채 살아간다. 비내리는 겨울의 베른은 그의 어두운 인생을 한층 더 부각시킨다. 지겨운 삶이 반복되는 도중, 그는 자살하려던 여인을 구하고 우연히 포르투갈어로 된 책을 구하게 된다. 그러고는 책 내용에 한없이 공감을 하며 저자를 찾으러 즉흥적으로 리스본으로 향한다. 주인공은 자신과 관련이 없는 저자의 인생 그리고 저자와 인연을 맺었었던 주변 사람들과 만나며 오래만에 삶에 대한 의지를 되새기고 열정적으로 살다간 아마데우를 동경한다. 포르투갈의 살라자르 독재시절을 바탕으로 펼처지는 ..
말로만 들어오던 쉘부르의 우산. 참다참다 못참고 학교 중도에서 빌려서 봤다. 이게 벌써 3년 전이네? 영화 내용은 크게 교훈적이다 이럴 것은 없지만 모든 대화가 레치타티보 형식인게 특징이고 색감이 이쁘다. 까뜨린느 드뇌브의 젊은 시절. 그리고 Michel Legrand의 아름다운 음악 모음. 여주인 드뇌브보다는 남주 와이프되는 역할이 더 내 스타일이다. 또 I'll wait for you 보다도 초반에 나오는 아기자기한 음악이 더 내 스타일. 지금봐도 다소 충격적인 프랑스식 사랑 이야기. 너무 남자 위주로 흘러가서 불편하게 느낄 수 있을지도..
연수원에서 남들 술 마시고 놀 때 혼자 1층 도서실에서 위스키 마시면서 본 영화. 취해서 그랬는지 감정이 북받쳐 눈물이 났다. 특히 중반에 르네 젤위거가 그녀를 못마땅해하는 친언니를 향해 나는 그이(톰 크루즈)의 모든 것을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장면. 무지성적이지만 무조건적인 사랑을 오랜만에 목격해서 그런 것 같다. 나도 저랬던 적이 있었던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스포츠 에이전트를 다루는 영화이다. (우리학교에 있던 스포츠산업학과가 이쪽으로 간다고 알고 있는데 맞나??) 운동선수의 일정 관리는 물론 이적까지 신경쓰며 성과에 따른 보너스를 받아가는 주인공. 주인공은 여주랑 같이 있을 때 비로소 자신이 완성된다고 고백한다. You complete me. 그가 밑바닥까지 추락했을 때도 그를 믿고 기다려준..
이 날도 11시 까지 빈둥거리다가 밖으로 나왔다. 홍콩도 핵심 여행지만 다 돌고나면 볼게 크게없다.(그건 어디나 마찬가지..) 그래서 보통 한국에서는 쇼핑을 하러 많이 간다고 들은 것 같다.. 전 날도 딤섬을 먹었지만 이 때 아니면 언제 이렇게 합리적인 가격에 먹겠냐며 학까웃으로 또 딤섬을 먹으러 갔다. 이른 시간에도 어김없이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었지만 운좋게 나는 텅 비어있는 2인석에 혼자 앉을 수 있었다. 혼자 신나서 주문까지 마치고 음식을 기다리던 와중에 아니나 다를까 새로 온 여자손님이 합류하게 되었고 어색한 정적만이 흘렀다. 그런데 얼핏 봐서는 생김새가 한국인 같았고 나에게 미안하다고 영어를 쓰는 발음조차 한국식이었다. 순간 내 입에서 한국분이세요? 라는 말이 나왔고 그 분 께서는 당황했던 모..
다음 날 아침엔 시원하게 늦잠을 자고 11시경 이른 점심을 먹으러 갔다. 장소는 침사추이 해안가를 따라 있는 컨벤션센터?에 위치한 세레나데 라는 딤섬집. 아기자기한 딤섬으로 유명한 곳이고 다른 곳에 비해 가격대가 있는 편이었다. 중국인처럼 차부터 시켰다. 재밌던 거는 저렇게 차랑 뜨거운 물이 든 주전자 두 개를 준다. 원래는 차를 다 마시면 뜨거운 물을 찻 주전자에 부어 리필해 마시는 건데 나는 그걸 몰라서 우선 차를 다 마시고 이후 뜨거운 물을 따로 먹었다! 뒤늦게서야 옆 테이블에서 옳은 방법으로 마시는 것을 보았고 반성했다. 그래도 손 씻으라고 준 물을 마신 급은 아니라고 위안했다. 혼자서 저 많은 것을 다 먹으니 엄청 배불렀다. 이후 자리를 옮겨 전 날 탔던 연락선을 타고 센트럴로 갔다. 돌아다니다..